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리뷰
제작비 185억 원이 무색하게 할 정도의 결과물이다. 어떻게든 탈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 예상대로 흘러갈 줄이야.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물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는 작품이다.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된 만큼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을까 생각될 법도 한데, 그간 봐왔던 국내 재난영화의 모든 걸 담아냈다. 재난물에 익숙지 않다면 무난할 수도 있지만, 눈치가 빠르다면 절정에 다다르기도 전에 김이 팍 샐 것이다.
뻔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탈출'은 흥미로운 소재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방위산업 일환으로 암살용 군견 개발에 착수했으나 문제가 생겨 폐기하려던 당일 추돌사고로 인해 개들이 풀려난다. 위험천만한 차량 연쇄추돌로 공항대교가 마비되고 개들이 케이지에서 탈출하기까지 20분은 관객들에게 긴박감을 안겨주기엔 충분했다.
이번 재난의 원인인 군견들은 진짜처럼 느껴질 만큼 디테일하게 CG로 구현했다. 하지만 공항대교에 갇힌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관객들에게까지 무서운 존재로 각인될지는 미지수다. 어느 장면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긴장감을 100% 불어넣진 못하다.
더 큰 문제는 영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따로 논다. 주지훈이 연기한 견인차 기사 조박이나 김희원이 맡은 양박사는 극 전체 분위기와 맞지 않아 방지턱 역할을 한다. 분명 조박 캐릭터가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인 건 알겠으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정원(이선균), 경민(김수안) 부녀 관계 또한 영화 '부산행'과 흡사해 기시감이 느껴진다. 두 작품 모두 김수안이 주인공의 딸로 출연해서인지 끊임없이 오버랩된다. 이선균의 유작으로 남겨두기엔 영화 전반적인 완성도가 영화 속 공항대교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