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밥을 3번 같이 먹었을 뿐인데, 숨이 턱턱 막힌다. 식사 자리를 가질 때마다, 체할 것 같은 큰 사건들이 터지기 때문이다. 신작 '보통의 가족' 이야기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 작가의 장편소설 '더 디너'를 영화화하였고,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에 좀 더 가깝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만약 당신의 자녀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전형적인 질문을 '보통의 가족'을 구성한 두 형제 양재완(설경구), 양재규(장동건) 형제 일가에게 어느 날 폭탄처럼 터뜨린다. 오직 법논리로만 판단하는 형과 따뜻한 마음과 의술을 가진 동생. 가족 일에 한 발 물러서 있는 재완의 새 아내 지수(수현), 치매 걸린 시어머니 간호를 도맡으며 가족에 헌신하는 재규의 아내 이연경(김희애) 주요 캐릭터들을 초반부에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어 이들이 3차례 식사를 하면서 묵직한 주제들이 주어진다. 첫 번째는 치매를 앓는 모친의 향후 거취를 두고 재완, 재규 형제가 의논을 한다. 그러는 사이에 두 가족의 자녀 혜윤(홍혜지)과 시호(김정철)가 범죄를 일으키고, 양가 부부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며 두 번째 식사를 가진다. 네 명의 감정 모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어서 난감한 상황에 쉽게 공감하고 감정이입하게 된다.
재완-지수, 재규-연경 부부를 짓누르기 시작한 자녀 범죄의 압박감과 긴장감은 영화 전체로 번져 나간다. 오프닝 시퀀스에 뜬금없이 등장했던 사건이 왜 등장했는지 서사가 전개되면서 확인할 수 있었고, 초반에 다소 웃음을 유발하다가 뒤로 갈수록 진지하게 바뀌는 분위기,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도로 활용했던 장면이나 대사 등을 회수하여 충격을 주거나 재활용하여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의 디테일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때, 세 번째 식사에서 마주하는 충격반전이 더해져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다. '가족', '보통'이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부조리함과 이율배반의 민낯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친근하게 사용해 왔던 두 단어에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다만, 세 번의 불편한 식사자리가 만든 결정이 빚어낸 결말은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묵직하다 할 수 있겠으나, 109분 러닝타임 동안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결말 한 방으로 급끝맺음 하려는 듯한 뉘앙스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거운 딜레마 위에서 캐릭터 본질을 지키면서 한 끗 변주를 시도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고 하는 배우들의 해석력과 앙상블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더 문', '돌풍'에 이어 3번째 함께 호흡 맞춘 설경구와 김희애의 활약상이 인상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