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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메디컬 드라마 클리셰 격파 완료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리뷰

by J Hyun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K-메디컬 드라마는 낭만이나 휴머니즘이 넘치는, 혹은 병원 배경으로 러브라인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가 K-메디컬 드라마의 클리셰로 자리 잡게 됐는데, 이를 시원하게 타파하는 '신상' K-메디컬 드라마가 등판했는데, 넷플릭스의 첫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다.


'중증외상센터'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필명 한산이가)이 집필한 네이버 웹소설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의 방대한 분량을 8부작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전쟁지역을 누비던 천재 외상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한국대학교 병원 중증외상팀에 부임해 유명무실했던 중증외상팀을 실제로 사람을 살리는 중증외상센터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증외상센터'는 이미 레드오션인 메디컬 드라마 장르에서 다른 작품들과는 확실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에게 항상 호불호를 불러오는 요소이자 한국 의학 드라마 대부분에 첨가된 '러브라인'을 배제했다. 대신 백강혁과 자신의 수제자인 '노예 1호' 양재원(추영우), 혹은 한국대학교 병원에 온 이후 티격태격 앙숙처럼 지내는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과의 관계성을 멜로물 남녀주인공 케미처럼 표현해 뜻밖의 재미를 준다.


이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중증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대 중증외상센터 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한국대 중증외상센터 팀이 만나게 되는 중증 환자들의 사연이나 주요 등장인물 개개인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환자 살리기에 앞만 보고 돌진하는 전개 방식을 택한다. 실제 응급상황 발생한 것을 보는 듯 쉴 새 없이 뛰어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수술 장면을 담을 때 의학 지식이 풍부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자막 활용이나 속도감 넘치는 편집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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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려내는 '메딕 히어로' 백강혁의 판타지스러운 활약상이 눈길을 끈다.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백강혁의 활약상을 사이다처럼 그린 건 너무나도 열악한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에 초인이 필요하다는 원작자 및 제작진이 반영된 것 같다.


메디컬 드라마에 깔려 있던 은은한 선민의식이나 미화도 '중증외상센터'에는 없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중증외상센터의 투자금 100억 원을 둘러싼 병원 내 암투나 환자를 살리는 것이 우선임에도 몇몇 분과들의 적자 문제를 운운하며 매출에 혈안이 된 종합병원의 실태를 꼬집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보다 돈을 더 우선시하는 현 의료 세태를 풍자한다. 이때 제작진은 의료계의 민낯을 보여주되 너무 가볍게 훑거나 혹은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지 않고 적정선을 지키며 탁월한 완급 조절을 보여준다.


'중증외상센터' 메인 주인공을 맡은 주지훈은 최근 드라마 3편(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디즈니+ '조명가게',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에 연달아 출연하는 등 열일하고 있는데, 공개된 3편 중에선 '중증외상센터'가 가장 잘 맞는다. 자신만만하면서 너스레 떠는 성격, 두려움 없이 돌진하는 비현실적인 백강혁 캐릭터를 맛깔나게 표현해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백강혁에게 '항문', '노예 1호'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 양재원 역을 연기한 추영우와 백강혁에게 밀리지 않는 기세를 지닌 5년차 간호사 천장미 역을 맡은 하영 또한 이 작품에서 도드라진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 얼굴을 비추며 '기대되는 라이징 배우'로 주목받았으나, '중증외상센터'에서 한 단계 레벨업하며 제 몫을 확실히 해내는 주연 배우감으로 발돋움했다. 그 외 윤경호, 정재광, 김원해, 김의성, 김선영 등 또한 극 전체에 재미를 불어넣는데 힘을 보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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