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볼츠*' 리뷰
지난 2월에 개봉했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작품성, 흥행 모두 부진해 MCU가 안되려나 걱정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염려는 다음 순번인 '썬더볼츠*'(이하 '썬더볼츠')를 보고 나면 사라진다. 인지도 낮고, 초능력도 없는데도 충분히 재밌기 때문이다.
영화 '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부재한 가운데, 위기를 맞이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직 스파이, 암살자, 살인 청부 업자 등이 한 팀으로 뭉치게 되는 이야기다. MCU 인장이 찍힌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썬더볼츠' 또한 이전에 공개된 일부 MCU 영화, 드라마들과 내용이 이어지나 반드시 예습할 정도는 아니다. 제작진이 영화만 보더라도 모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간단 요약하며 진입장벽을 낮췄다.
'썬더볼츠'는 친언니 같은 존재였던 '블랙 위도우' 나탈리 로마노프(스칼렛 조핸슨)의 죽음 이후, 공허함을 떨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미션을 수행하며 하루하루 보내던 중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CIA 국장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줄리아 루이 드레퍼스)로부터 미션을 받은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옐레나는 뜻하지 않게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고스트(해나 존-케이먼)와 만나게 되면서 서로 경계하고 싸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제거대상임을 알게 되며 께 탈출하고, 이 과정에서 밥(루이스 풀먼)을 만난다.
관객들이 '썬더볼츠'를 통해 확인하고 싶은 건 이들이 어벤져스를 대체할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다른 MCU 콘텐츠에서 빌런 롤을 수행했던 캐릭터들인데다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스티븐 로저스/크리스 에반스)가 MCU 세계관에서 퇴장한 뒤, 어벤져스는 사실상 해체나 다름 없는 수준으로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고 구심점인 어벤져스의 부재로 인해 MCU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
DC 유니버스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빌런들이 전면에 나서서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그동안 MCU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임은 확실하다. 옐레나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 얼떨결에 한 팀이 되다 보니 아직 팀 케미스트리가 제대로 붙지 않긴 하나, 비주얼과 액션에선 훌륭하다. 인물 내면의 트라우마를 그린 심연의 미로 연출이나 상하 대비를 강조한 건축물, 하강 구조 연출 등 완성도 높은 비주얼들이 속속 등장하며, 초능력 하나 없는 캐릭터들이 맨몸과 총격만으로 펼치는 액션신들은 '영화 볼 맛 난다'라는 평이 어울릴 정도의 수준으로 선보인다.
개인 비극에 따른 반복적인 트라우마가 캐릭터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갈등 끝에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해 유사 가족 같은 공동체를 갖추는 서사 등 MCU 특유의 영화 구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설교나 신파가 없고, 억지 감동을 쥐어짜내지 않고 진중하고 담백하게 풀어간다.
특히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데, 삶에 공허함을 느끼며 우울한 감정을 내비치는 옐레나, 그리고 밥이 중심에 선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밥은 임상 시험을 거쳐 전지전능한 능력(센트리)을 얻었으나 여전히 불안한 내면을 갖고 있고 이것 때문에 세계가 위기에 빠진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밥의 내면에 깊이 다가가 내면을 탐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너무 무겁고 진중한 톤으로만 일관되지 않고, 옐레나의 심드렁한 블랙 코미디와 '레드 가디언'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데이비드 하버)의 코믹 연기를 활용한 MCU 스타일 위트를 적절하게 배합해 밸런스를 유지한다.
'썬더볼츠'를 보고나면, "이들이 반드시 '제 2의 어벤져스'여야만 하느냐"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극 중에서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을 향해 "어벤져스 팔이"라고 말하는 게리 상원 의원(웬들 피어스)의 지적처럼 썬더볼츠 팀을 대놓고 어벤져스의 대체제로 소비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이는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과 제작진이 일부러 의도한 그림이며 다가올 '어벤져스: 둠스데이'까지 계속 비교하게끔 유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