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워터' 리뷰
변함없는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한 평생 보고 자랐던 풍경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데, 사람의 신념이나 감정이 한결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연출로 인정받은 토마스 맥카시와 맷 데이먼이 만난 '스틸워터'는 전 세계를 떠들썩했던 아만다 녹스 사건을 모티브 삼은 작품이다. 시놉시스 또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딸의 무죄를 입증할 마지막 기회를 위해 나서는 아빠 빌(맷 데이먼)의 여정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했기에, 당연히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려는 추적극일 줄 알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딸 앨리슨(아비게일 브레스린)의 진실을 따라가는 건 맞되, 이 영화에 주된 포커스는 앨리슨이 아닌 아버지 빌 베이커였다. 그래서 '스틸워터'의 스토리텔링은 딸의 결백함을 증명하던 아버지의 시각과 감정, 신념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스틸워터 건축현장서 일하는 빌은 소나무 같은 사람이다. 지저분한 수염과 얼룩무늬 캡 모자, 체크무늬 셔츠, 청바지, 누런 백팩이 그의 아이덴티티. 패션 이외 식전 기도에서도 항상 딸을 언급하고, 불법이거나 위험한 일임을 감수하면서도 딸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앨리슨의 향한 믿음과 사랑 또한 굳건하다. 변화하길 원하지 않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초상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다.
하지만 프랑스 마르세유는 빌을 점점 변하게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버지니(카밀 코탄), 마야(릴루 시아보) 모녀가 있었다. 빌의 호텔 옆방 투숙객으로 인연을 맺은 버지니는 그의 사연을 알게 된 뒤로는 조력자를 자처하며 돕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마야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방인 빌과도 가깝게 지내게 된다.
이들이 빌의 삶에 개입하게 되면서 느리고 긴 호흡으로 이어가던 '스틸워터'도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지점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소소한 유머 코드들('강남스타일'이나 트럼프, 미국 총기 제도)과 릴루 시아보의 아이다운 순수함과 치명적인 귀여운 매력이 웃음 짓게 만든다.
변화하는 빌의 모습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후반부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반전들로 인해 자신이 굳게 믿었던 신념과 감정들마저 흔들렸다. 초반부 빌이 현장에서 마주했던 토네이도의 잔해처럼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그래서 변함없는 것 같은 고향마저도 "달라 보인다"며 씁쓸한 말을 남긴다. 혼란스럽고 허탈감을 느끼는 빌의 감정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실감 나는 부성애 연기로 하드캐리하는 맷 데이먼의 연기력에 감탄한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늘어지는 지루한 흐름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했다면 확실히 실망할 부분이다. 또 '스틸워터' 속 반전 장치가 너무나 뒤늦게 발동된다는 점 때문에 긴 호흡이 익숙지 않다면 보기 힘들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