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리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다운 라스트 댄스답다.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을 그린 '007 노 타임 투 다이' 이야기다.
클래식 첩보물의 대명사로 반세기 동안 명맥을 이어온 '007' 시리즈. 그중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15년사는 단순 역대 최장기간 007이라는 점 이외 그간 보여준 제임스 본드와는 결이 달랐다. 화끈하고 오락적인 요소보다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지닌 캐릭터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현실적인 서사를 그려왔다. 그래서인지 다른 '007' 시리즈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연속성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인 '노 타임 투 다이'도 어찌 보면 제임스 본드가 쌓아왔던 서사의 연장선 격이다. '스펙터'에 이어 마들렌(레아 세두)과 스펙터들을 끄집어내 새 빌런 사핀(라미 말렉)과 얽히고설킨 관계들로 스토리텔링 한다. 제임스 본드는 은퇴 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베테랑 스파이처럼 모든 걸 매듭지으러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그가 왜 총알 사이를 피해 다니며 목숨을 건 이유를 설명하며 끝맺음한다. 단순히 임무 완수하고 미녀와 휴양을 즐기는 단면적인 클리셰를 넘어서, 삶과 사랑을 위해 위험천만한 곳을 누볐다는 걸 전달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은퇴를 성대하게 기리는 차원에서 '노 타임 투 다이'는 오프닝부터 확실히 공을 들인 흔적이 드러난다.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클래식 오프닝과 빌리 아일리시의 목소리가 담긴 'No time to die', 처절함을 연상케 하는 영상으로 이목을 끌었다.
또 역대 '007' 시리즈에 뒤처지지 않는 화려한 액션과 카메라무빙으로 문을 열고 닫으며 고별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제임스 본드의, 제임스 본드에 의한, 제임스 본드를 위한 최종장이자 라스트 댄스인 셈.
다만, '007' 시리즈 전반이 아닌 '노 타임 투 다이' 자체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은 아니다. 마들렌과 사핀을 비롯해 제임스 본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제대로 섞이지 못해 유기적인 관계성을 만들지 못한 게 이 영화의 단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사핀과 팔로미(아나 디 아르마스)의 활용도가 아쉽다. 사핀은 메인 빌런임에도 초반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급격히 무너지는 듯한 캐릭터성과 중간중간 라미 말렉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눈에 밟힌다. 팔로미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임에도 2시간 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속 적은 비중을 차지해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한 라인업을 충족시키지 못한 쓰임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