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극 중에서 편집장(김재화)이 박우리(손석구)의 첫 섹스 칼럼 원고를 읽고 난 뒤 "감칠맛 나게 쓴다"고 평한다. 그의 말마따나 '연애 빠진 로맨스'는 관객들에게 감칠맛 나게끔 만드는 영화다.
사실 젊은 남녀들의 연애와 섹스에 관한 이야깃거리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사골이 되어가는 추세다. 최근작 기준으로 따지자면,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JTBC '멜로가 체질'이 있고 한 등급 올린 청불용으로는 티빙 '술꾼도시남녀'가 있다. 영화에선 2년 전 개봉한 '가장 보통의 연애'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와중에 '연애 빠진 로맨스'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주자로 등장했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밤치기' 등을 거쳐 상업영화로 진출한 정가영 감독은 함자영(전종서)을 앞세워 자기 자신과 연애, 성에 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주요 포인트가 이것. 15세 관람가 영화인데, 남녀 주인공 이름부터 다분히 19금 로코를 겨냥했다. 박우리의 섹스 칼럼처럼 19금 로코에 나올법한 부분은 없는데, 발칙하고 야하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술냄새가 주변에서 진동하는 기분이랄까.
이는 솔직하고 과감하면서 유쾌한 말맛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좀처럼 브레이크를 밟는 적이 없고, 각종 언어유희를 통해 말맛 티키타카를 화려하게 표현해낸다. 크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도발적인 재미에서 현실적인 서사와 멜로로 넘어가는 과정에 접어들면서 '연애 빠진 로맨스'의 매력이 희석된다. 자영과 우리 두 남녀가 성에 대해 필터링 없이 털어놓는 건 좋으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은 매끄럽지 못하고 드문드문 끊긴다. 그렇다 보니 일부 구간들에서 불친절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이는 어딘가 허술한 자영과 우리의 매력과 이들이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에 지나치게 집중한 탓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공감하거나 몰입해야 할 부분을 놓쳐버렸고, 간질간질했던 설렘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애매한 썸처럼 올까 말까 간 보다가 그친다. 여기에 연애와 사랑으로 귀결되는 뻔한 흐름도 큰 흥미를 잃게 만든다. 가볍고 발칙한 톤을 보였듯 무언가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통통 튀는 맛을 유지했더라면 '연애 빠진 로맨스'표 사골은 맛있었을 텐데.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보기 힘들 것 같은 전종서, 손석구표 로코 연기를 볼 수 있다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장르물로 많이 접하다 보니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았는데 둘 다 이것마저 잘한다. 전종서는 함자영처럼 사랑스럽고, 너드미 물씬 풍기는 손석구는 자꾸 눈길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