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이의 집' 시즌5 파트2 리뷰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즌 5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고 두 부분으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공개할 때, '최종장'에 더욱 힘을 주고 싶었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촬영여건이 예전에 비해 열악해진 점 때문에 선택한 결과인 줄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 번 나눠서 공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종이의 집' 제작진의 선택이 아쉬울 뿐이다.
에피소드 5 마지막에서 도쿄(우르술라 코르베로)가 충격적인 죽음으로 시즌5 1부를 마무리한 '종이의 집'은 2부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과거 강도단 결성 전 교수(알바로 모르테)와 베를린(페드로 알론소)이 강도를 결심하게 된 비하인드와 맞물려 교수가 다시 전면에 나서 두뇌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사실 '종이의 집'의 매력은 그간 봐왔던 케이퍼 장르들처럼 속도감과 타격전을 내세우는 대신 가급적 인명피해를 줄이며 두뇌 플레이로 재치 있게 상황을 타파하고 '기승전사랑'을 부르짖는 캐릭터들의 못 말리는 애정이 먹혀들어서였다. 그러나 조폐국을 거쳐 은행을 털기 시작할 때는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로 화끈한 액션으로 채우려는 욕심과 케이퍼가 아닌 '수성한다'는 콘셉트로 바뀌면서 호불호가 갈렸다.
1부에 이어 스케일은 여전히 크다. 대신 강도단들이 총구를 내려놓고 교수의 긴장감 넘치는 두뇌 플레이가 기지를 발휘하고, 스페인 은행 강도 계획과 무관해 보이는 것 같은 베를린과 그의 동조자 팔레르모(로드리고 데 라 세르나)의 플래시백의 연관성을 점점 풀어내며 통쾌함을 날린다. 그래서 "이게 '종이의 집'이지!"라고 탁 치게 만든다.
2부(6~10회)의 압권은 에피소드 8회 마지막이었다. 어쩌면 1부에서 무의미하게 나오는 것 같은 베를린의 과거사와 흐름을 방해하던 잦은 플래시백이 이 한 장면의 반전을 위해 착실히 빌드업을 보여왔던 것. 물론 2부의 사이다 요소들도 이 플래시백으로 친절히 설명해주면서 뿌렸던 복선들을 하나둘 착실하게 회수해나갔다.
그런데도 2부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건, 크게 판을 벌려놓고 놀라움과 속 시원함의 반전 요소를 준 뒤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뒤늦게 보는 이들의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았기에 교수와 강도단의 결말은 이미 한쪽 방향으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다소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대사들과 구도와 예측 가능한 반전이었기에 감흥이 크게 오진 않았다.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바꿔놨다면 오히려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시즌5를 1, 2부로 나누면서까지 질질 끌게끔 만든 스토리라인 때문이기도 하다. 2/3 정도로 줄였더라면, 제법 괜찮은 시리즈의 끝맺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은행을 한 번 터는데, 몇 시즌에 걸쳐 다양한 구도와 시각, 연관된 과거 서사들을 너무 많이 붙였기에 화끈하고 속도감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답답함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