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룩 업' 리뷰
만약 6개월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돈 룩 업'이 담아내는 모습도 충분히 일어날 것 같아서 겁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한 '돈 룩 업'은 블랙 코미디 장르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동시에 재난영화라고 정의해도 틀린 건 아니다. 에베레스트 산 크기 만한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정면충돌할 예정이고, 이는 종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재난 장르 영화들은 무겁거나 진지하게, 위기의 순간에서 소시민들의 힘을 한 데 모아 극복하는 등 인류애를 충만하게 만들었다. '돈 룩 업' 또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 룩 업'은 재난영화 클리셰를 와장창 깨부순다. 혜성을 처음 발견한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지도교수 랜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두 사람을 돕는 테디(롭 모건)를 제외하고 어떤 누구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대통령 올린(메릴 스트립)과 백악관은 중간 선거서 떨어진 지지율을 높이는 데에 혈안이고, 미디어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보다 라일리(아리아나 그란데) 러브스토리에 관심을 받는다.
아무도 제대로 귀 기울여 들어주질 않자 케이트와 랜들은 하는 수 없지 자신들이라도 나서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등 발버둥 치며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되려 이들을 미친 사람 취급해버린다. 그렇게 포기할 무렵, 백악관이 두 사람의 멸망 이론에 경청하면서 뒤늦게 대책을 수립하며 나선다. 그러나 이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돈 룩 업'은 어마어마한 혜성이 지구로 충돌하기까지 6개월간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빅쇼트', '바이스'에 이어 다시 한번 '돈 룩 업'으로 미국 정치 및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의 존재 여부를 두고 양갈래로 갈라진 여론부터 하나의 정치 이념 운동처럼 대립하는 구도까지 매우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모든 국가와 정부, 그에 속한 구성원들에게도 공통 적용된다. 육안으로도 하늘에서 혜성이 반짝이면서 다가오는데도 이념, 정치 등으로 사회는 분열되고 이를 이용하는 이들이 활개 친다. 지구 종말 5분 전까지 사회가 '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을 마냥 삐딱하게만 보지 않고 개연성과 현실성을 높여서 표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결국 평범한 소시민들만 휘둘리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살 길을 마련하는 모습 등이 꽤나 설득력 있고 과몰입을 유발한다.
'돈 룩 업'은 공개 전부터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 라인업의 이름값은 톡톡히 해낸다. 아무도 믿지 않아 환장하며 팔짝 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이들을 쉴 새 없이 혈압 유발하는 메릴 스트립과 조나 힐, 케이트 블란쳇, 마크 라이런스, 여기에 신스틸러급 존재감을 자랑하는 티모시 샬라메와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적재적소에 활용됐다.
클리셰를 비틀고 현실적으로 풍자한 점은 높이 사나, 아담 맥케이 감독은 '돈 룩 업'으로 너무 많은 걸 말하고 싶어 했던 욕심도 같이 드러난다. 확실한 스트레이트 한 번으로 날려도 될 순간에 대여섯 번 이상 잽을 하는 등 지나치게 투머치토크를 한다. 그래서 어느 구간에선 산만하기도 하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대사나 장면도 간혹 보인다. 가뜩이나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인데 길게 느껴지는 게 아쉬운 대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