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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r 11. 2022

유재석, 강호동 다음은 누구일까?

아마 NEXT는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진=MBC


2011년 연초 방영된 MBC '무한도전-연말정산 뒤끝 공제' 특집. 당시 패널로 참여한 여운혁 前 MBC PD가 유재석에게 질문이 있다면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4~5년째 연말이 되면 기자분들한테 꼭 전화가 옵니다. '유재석, 강호동 다음에 누구냐?' -여운혁 PD-

축구계에 '메호대전'(메시 vs 호날두)이 있듯이, 방송가에선 유재석과 강호동 두 인물을 중심으로 '예능계 양대산맥'이라고 부르면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왔다. 두 MC와 함께 방송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을 일컬어 '유라인', '강라인'이라고 꼬리표를 붙여왔다.


사진=MBC

그렇다면, 여운혁 PD가 언급한 지 11년이 지난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연말마다 기자들에게 귀 따갑게 들었던 그 질문들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재석은 벌써 연예대상 18관왕을 달성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갖춘 '유느님'이 됐다. 강호동은 이전보다 지상파 채널에서 보기 힘들어졌고 왕년에 보여줬던 위상보단 살짝 꺾인 추세다. 그런데도 여전히 유재석과 예능계 투톱으로 불린다. 


유강체제에 견줄만한 사람을 꼽으라면 대부분 이경규이나 신동엽을 거론한다. 그런데 이들 또한 유재석, 강호동과 동시대 인물이고, 11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며 '클래스'를 뽐내고 있다. 최근 김성주, 전현무,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긴 하나, 유재석과 강호동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또 비슷한 나이대여서 '다음 주자'라고 붙이기도 애매하다.


보통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음 시대를 잇는 주자나 후계자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강산이 한 번 변했음에도 방송가에서 유강체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유재석, 강호동 뒤를 잇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사진=JTBC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만큼, 방송계 트렌드나 미디어 플랫폼 또한 빠르게 변했고 이와 함께 MC 역할이나 입지가 달라졌다. '연말정산 뒤끝 공제' 특집이 방영됐던 2011년 예능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MC의 비중이 엄청나게 차지했다. 


예를 들면, 유재석과 강호동은 각각 대표작인 '무한도전'과 '1박 2일' 내에서 다른 멤버들을 아우르는 조율과 진행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플레이어 역할까지 겸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당시 가장 핫했던 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와 비슷하게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고, 결국 주류로 올라섰다. 그때는 MC들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예능의 전성시대는 생각보다 오래 가진 못했다. 몇 년 전부터 대세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만들거나 혹은 설정된 캐릭터를 벗겨내고 대신 이들의 '진짜' 모습을 담아내는 리얼리티 관찰 콘셉트가 급부상한 것이다. 카메라를 받는 출연자의 상황과 태도 등이 메인이 된 반면 MC는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진행만 하면 된다. 


게다가 한 사람의 주도적인 진행이 아닌 여러 명이 모여 떼 토크를 하거나 아니면 출연자에 집중되다 보니 진행 능력이 좋은 MC가 굳이 필요 없어졌다. 말주변이 모자라도 어딘가 독특한 매력을 띠고 있다면 '오케이'다. 예전과 달리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배우들까지 앞다퉈 출연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아직 버라이어티 예능의 힘이 죽진 않았다. 시즌 4까지 이어온 '1박 2일'(KBS)과 유재석의 1인 '무한도전' 버전으로 불리는 '놀면 뭐하니?'(MBC), 그리고 SBS 최장수 프로그램 '런닝맨'(SBS) 등 각각 지상파 3사 대표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버라이어티 쇼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기 예능 상당수가 관찰 포맷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는 MC의 중요도를 크게 논하지 않고 있으며, 유재석-강호동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잘 돌아가는 구조가 됐다. 이게 제2의 유재석, 제2의 강호동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유다.


사진=SBS

방송가의 보수적인 태도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방송국 입장에선 검증된 진행자를 쓰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이치. 방송 흐름을 잡아야 하는 진행자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중요한 지점인 만큼, 노련한 진행자가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그림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에게 얼굴이 낯익고 검증된 인물들을 자주 기용할 수밖에 없다.  


현시점 TV 리모컨을 쥐고 채널 선택권을 결정하는 시청층 대다수가 30대 중반 이후다. 1020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브라운관으로 본방사수하지 않고 작은 모니터와 플랫폼으로 떠난 지 오래됐다. 그렇기에 이를 인식한 방송가는 1020 세대들에게 어필할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뉴페이스에 목매지 않는다. 때마침 방송가에 레트로(복고) 열풍이 강타하고 있어 이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예능계 새로운 원석이 발굴돼 주목받을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서 유재석이 수년째 1위 자리를 지키는 현상을 바꿔 말하면, 그를 대체할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유재석, 강호동이 오랜 기간 대중의 두터운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예능인으로서 두 사람의 뛰어난 재능뿐만 아니라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스템에선 원석이 차세대 주자로 자라기까지 넉넉하게 기다려주질 않는다. 그래서 '스타MC'를 찾기란 더더욱 어려워졌다.


앞서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를 언급했듯, 이후 MC들이 집중적으로 주목받는 콘셉트나 플랫폼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때가 온다면 유강체제를 잇는 스타MC, 스타 예능인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은 이들의 독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스타 예능인의 중요도가 낮다면, 유재석-강호동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계자는 등장하지 않고 이 계보가 끊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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