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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Aug 13. 2021

그 어떤 순간에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안데르센 동화 공모전 <엄지공주>

나는 늘 혼자였다. 외동이었던 데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초등학교 시절은 늘 혼자 저녁을 챙겨 먹고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실컷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 후 중국으로 혼자 유학을 갔을 때도, 귀국 후 태어나고 자란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으로 가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물리적으로 혼자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나 혼자라고 생각했다. 가끔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혼자라서 편했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어릴 적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내 상상력은 풍부했고, 지금은 보편화된 혼자서 밥 먹기, 혼자 영화보기 심지어 혼자 노래방 가는 것도 예전부터 아무렇지 않게 즐겼다. 그렇게 혼자서 하는 것들을 즐기다 보면, 급기야 나와 연결된 관계가 귀찮아지고 굳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관계란 내 의지로 만든 관계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맺어지는 관계가 더 많으니. 그런 불편하고 답답한 관계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차라리 혼자였던 때가 그립기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어떤 순간에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텔레비전을 보며 소파에서 잠든 내 옆에는 늘 강아지가 함께 있었고, 중국에서는 매일 보고 싶다고 국제전화를 거는 아빠가 있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평생의 소울 메이트와 언제나 함께 했다. 그 후에도 같이 있으면 즐거운 새로운 친구들과 마음을 나눴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늘 내편이 되어 주던 순순했던 청년도 함께 했다. 물론 모든 순간 물리적으로 함께 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내 곁에 있었기에, 그들이 내 가족, 내 친구, 내 애인이라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든든한 힘이 되었다. 

그럼에도 살아가다 보면 세상에 나 혼자 툭 떨어진 것 같은 외로운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사방이 단단하고 커다란 상자에 혼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겨우 내 발등만 보일 정도로 어두 컴컴한 곳에서 웅크리고 이 세상 아무도 내가 이 상자 안에 갇혀 있는지 몰라 영영 나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오는 순간. 그런데 그 순간에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당신과 같이 그 시간을 견뎌줄 사람이, 당신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엄지 공주가 두꺼비에게 납치되어 연잎 위에 묶여 있을 때도, 딱정벌레에게 버림받아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지낼 때도, 못생긴 두더지와 결혼하려 할 때도 엄지공주를 도와주는 이들은 늘 있었다. 부당한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정의를 위해 연잎 줄기를 갉아 끊어 주었던 물고기들, 추운 겨울날 누추하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를 내어준 들쥐, 자신을 도와주었던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제비까지. 모두가 엄지공주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 따뜻한 관계들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여러 관계 속에 엉켜 살아간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관계도 영원하지 않고 아무리 끔찍한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 또, 하나의 관계가 끝난다 해도 우리는 또 다른 관계에 엉켜 살아간다. 이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자신이 혼자라 느낄 때 주변에게 도움을 청해 보길 바란다. 당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반드시 한 명은 존재할 것이다. 


부디 당신이 혼자라 느낄 때 당신의 나라로 데려다 줄 제비가 함께하기를. 

또, 당신 주변에 혼자라 느끼는 사람이 있을 때 따뜻한 담요를 덮어줄 용기가 당신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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