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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연재 Dec 18. 2019

40대 싱글로 산다는 것
a.k.a 낀낀세대

결혼 안 했단 이유로 미완성의 존재로 보는 사람들


지난 9월 인터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뷰트 채널 <공원생활>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좀 창피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알렸었는데, 반응이 나름 꽤 좋아서 얼마 전 후속 영상까지 찍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댓글도 많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얼굴 공개의 왕부담을 안고 공유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요즘 40대를 일컬어 ‘낀낀세대’라 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386세대’ 양쪽에 끼어있다고 해서 붙여진 신조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만큼 두 세대는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확연히 다르다. 결혼하고 아이 낳는 삶이 당연했던 세대와 삶의 모든 것이 자기 선택인 세대. 그들 사이 정형화 된 삶을 비켜간 ‘낀낀세대’ 싱글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

최근 혼삶(혼자 사는 삶)에 관한 에세이를 낸 40대 저자 두 사람을 만났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다르지만 ‘40대 싱글’이라는 공통된 주제 앞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분명 같은 지점들이 있었다. 40대이기 때문에 기혼자로 오해 받는 웃지 못할 상황들, 결혼을 당연하게 요구 받는 삶, 국가 정책에서 소외된 40대 싱글들의 현 주소까지 수많은 말과 말이 이어졌다.


유튜브 채널 [공원생활]에 공개된 영상 인터뷰 ‘40대 싱글로 산다는 것’에 다 싣지 못한 이야기들을 기사로 담았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놀/ 2019년)을 출간한 신소영 작가다. 라디오 방송 작가인 그녀는 올해 49세 비혼인이다. 



“왜 나이 든 사람들의 옵션 안에 결혼하고 애가 있을 거라 생각할까”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마흔 아홉이고요. 비혼으로 살고 있고 라디오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는 신소영이라고 합니다.

Q 자발적 비혼이신가요?

저 솔직하게 얘기해도 돼죠? 비혼에도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저는 어쩌다 보니 비혼이 된 케이스예요. 일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빡세게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마흔이 훌쩍 넘어가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는 비혼의 삶이 만족스러웠어요. ‘혼자 사는 삶이 괜찮은 삶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된 어떤 순간이 있던 것 같아요.

Q 혼자 사는 삶의 가장 큰 장점이 뭘까요?

혼자 가는 여행과 비유하면 쉬울 것 같아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힘들면 안 갈 수도 있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결정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즐겁잖아요. 그게 혼자 여행하는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사는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저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데, 편하고 좋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걸 보고 먹으면 누군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잖아요. 하지만 분명히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살죠.

Q 비혼 생활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셨는데요. 책에 실제 생활이 얼마나 반영됐나요?


순화를 좀 했던 것 같아요. 열 받게 하는 상황들 있잖아요. 욱했던 적 많거든요. (웃음) 친구들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친구를 너무 까면 안될 것 같아서 순화한 것도 있죠. 잘 모르는 분들에게 당했던 무례한 케이스도 많거든요.

Q 자신의 비혼 생활, 존중 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아니에요. 지금은 미디어나 책에서 비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저만 해도 비혼의 비율이 낮은 세대거든요. 결혼을 안 했다고 하는 순간부터 저를 미완성의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무리 제가 승진을 하고 사회적인 성취를 해도 “네가 빨리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 그래야만 네가 완성된 존재가 된다”라는 뉘앙스의 말들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저도 ‘아직까지 나는 미완의 존재다’라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갖고 있었더라고요. 그게 깨지기 시작한 게 제 비혼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예요. 현재의 나도 하나의 완성된 삶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요?

글이었어요. 제가 작가지만 부끄럽게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굉장한 오만이었죠. 글쓰기 수업에 가서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이외에 제 이야기를 한 2년 정도 썼거든요. 그걸 계기로 정말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는 구원이었죠.

Q 평소에 많이 듣는 말들과 그중 가장 사양하고 싶은 말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애가 몇 학년이에요?” 이런 거 있잖아요. 참 이상해. 사람들이 왜 나이 든 사람들의 옵션 안에 결혼하고 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제 직업상 인터뷰를 많이 하거든요. 친밀해져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애가 있어요?”도 아니에요. “애가 몇 학년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없는 애를 이제는 학교까지 보내네’ 싶죠. (웃음) 

“애가 없어요” 그랬더니 “둘만 사시나 보네요?” 이러고. 어우, 이 끊이지 않는 질문. 요즘에는 “저 결혼하고 혼자 삽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굉장히 당황스러워하세요. 그 반응을 볼 때마다 저도 당혹스러워요. ‘아~ 혼자 사시는 군요?’ 하고 넘어가줄 수는 없는 건가 싶고. 사회적으로 40대 여성을 봤을 때 고정된 이미지가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럴 때는 참 곤란하다 싶어요.

저는 정말 싫었던 말이 “괜찮은 분 같은데 왜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라는 말. 요즘에 결혼 안 한 분들 많잖아요. 심지어 저희 엄마도 TV를 보시다가 “저 사람은 멀쩡한데 왜 결혼 안 했다니?” 이러시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면 약간 기분이 나빠져요. ‘결혼 안 하면 안 멀쩡하다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는 이제 그런 질문도 안 받는 나이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런 질문들 속에서 피곤해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거든요. 

Q 결혼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나요?

많죠. 솔직히 왜 없겠어요? (웃음) 제가 드라마를 보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어요.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드라마에서 부모님이 딸을 시집 보내고 밤 중에 둘이 소주잔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하며 대화 나누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을 보고서 저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비혼의 삶이 항상 다 즐겁고 좋고 자유로운 건 아니잖아요. 저렇게 편하게 내 일상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왠지 모르게 울컥하면서 ‘저건 부럽네’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실패했나? 낙오가 된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Q 20~30대의 혼삶(혼자 사는 삶)과 40대의 혼삶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너무 달라요. 20~30대는 일단 젊고 친구도 많고. 확연히 줄어드는 게 기회예요. 우리나라가 아직 나이 든 사람에게 기회를 너그럽게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에 20~30대는 취미 생활이나 공동체를 많이 형성하더라고요. ‘살롱문화’가 많이 생겼대요. 그런데 40대는 없어요. ‘나 이거 한 번 가볼까?’ 했더니 나이 제한이 있는 거예요. 어우, 나 진짜 열 받았어 그때. (웃음) 서럽지만 이해는 해요. (기자 : 직접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요즘에 그런 생각 많이 해요. 40대도 분명히 니즈가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고 있어요.

Q 내가 생각했던 40대와 지금의 모습은 닮아 있나요?

40대에 제 모습이 이럴 거라고 생각을 못 했거든요. ‘이럴거다’ 안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남들은 저 멀리 삶을 찾아서, 가정을 찾아서 앞서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저 혼자 미완의 존재로 제 자리에 남겨졌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나는 실패했나?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낙오가 된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아무도 나에게 기준을 정한 사람이 없는데 왜 나는 혼자 그렇게 기준을 정해서 내 삶이 못 미쳤다고 생각했을까... 제 삶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아니구나. 내 삶도 지금 굉장히 완벽한 삶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먼저 ‘기준에 못 미쳤다’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했고요. 스스로에게 사과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오게 된 지금의 모습도 완벽하다고.

Q 책에 40대 혼삶러가 겪게 되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언급하셨는데요. 

몇 년 전에도 어떤 국회의원이 싱글세(독신세) 도입해야 된다고 해서 뒷목 잡은 적 있었는데. 사실 싱글세라는 이름만 없는 거지 싱글들이 각종 공제 혜택에서 제외가 되기 때문에 세금을 훨씬 많이 내기는 해요. 전 성실한 납세의무자고 열심히 회사에 헌신하면서 일을 했는데 ‘사회나 국가는 나를 왜 투명인간 취급을 하지?’ 청약도 이건 언감생심, 내가 아무리 해도 당첨될 수 없는 제도더라고요. 아예 미달인 곳에 넣지 않는 이상… 먹고 살려면 저도 행동 반경이라는 게 있는 건데. 

‘이런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사람들이 안 보일까’라는 고민을 했었어요. 생각해보니까 말을 안 했더라고요. 내가 비혼이고 사회적인 시선을 받기 싫으니까 나라에 요구하고 ‘이런 걸 해주세요. 이런 게 필요합니다’라고 요구하는 것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말하려고요.

“이것이 보통의 삶이기 때문에 ‘혼삶러’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면”

Q 혼자 잘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딱 까놓고 이야기해서 저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고. 또 하나 친구는 너무 중요해요. 요즘은 ‘우테크’가 유행이라면서요. 우정테크. 친구들하고의 관계를 30대부터 노년까지 잘 이어갈 수 있는 것들이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예요.

Q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려 OO

저희 강아지를 올초에 입양했거든요. 사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 것도 강아지였던 것 같아요. 얘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이 너무 크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이 발랄하고 들뜬 사람이 아닌데 아기 강아지의 방방 뜨는 에너지가 제 삶에 좋은 기운을 준다고 하나? 너무너무 좋아요.

Q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교라고 생각을 해요. 전 그 부분에 실패해서 괴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섹스앤더시티’를 되게 좋아했거든요? 싱글에 대한 그림이 있었어요. 싱글은 이 정도는 돼야 하고 브런치도 먹어줘야 하고 패션도 폼 나야 될 것 같고. 그런데 내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불행했던 것 같고,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왜 비교를 했지? 그런 삶하고 나 하고는 전혀 다른 삶인데’ 싶더라고요. 결혼을 한 사람과 나하고도 그렇고 비교를 하는 순간부터 괴로워지는 것 같거든요. 

결혼한 사람으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이 있고, 비혼은 비혼이기 때문에 성숙해질 수 있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비혼으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잘 밟아왔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Q 나에게 결혼이란?

파랑새였던 것 같아요. 내가 미완의 존재라고 평가받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결혼만 하면 행복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책 <파랑새> 결말도 그렇지만 행복이라는 건 뭔가 내게 주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괜한 걸 좇았구나. 결혼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행복이라는 건 내 옆에 있는 건데’ 싶어요. 예전에는 파랑새만큼 중요했는데 지금은 저한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선택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보통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1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제 거의 상상 같은 거 잘 안 하는데… 왜냐면 뜻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는 있어요. 조금 더 다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그리고 명랑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저희 엄마가 되게 명랑하시거든요? 주책이 아니라 명랑한 중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40대의 혼삶러로서 내가 바라는 것

이제는 혼자 사는 삶도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인식이) 조금 더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고 이것이 보통의 삶이기 때문에 ‘혼삶러’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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