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전한 소식, 마음으로 느낀 미디어

‘옛날 사람처럼 소식 전해보기’ 수업 후기

by 장소영

2025년 봄, G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함께한미디어 리터러시 첫 시간에는 ‘미디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소통의 본질과 미디어의 변화를 탐색해보았다. 이 수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미디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드는 매개로서 미디어의 역할을 학생들이 직접 체감하도록 구성되었다.

핵심 활동은 “옛날 사람처럼 소식 전해보기”였다. 학생들은 3인 1조로 모둠을 구성하고, 각 조는 글이나 말 없이 그림으로만 특정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주어진 미션은 일상적인 사건이나 감정을 담은 것이었고, 이를 서로 패들렛(Padlet) 플랫폼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후, 다른 조가 해당 그림을 보고 그 의미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미술 수업이 아니었다. 말이나 글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조건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과거 사람들이 소통했던 방식에 대한 상상과 공감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학생들은 소식을 시각화하기 위해 함께 토의하고, 그림의 순서를 정하며, 메시지 전달의 명확성을 고민하였다. 일부 학생은 이 과정에서 “말보다 그림이 더 어렵지만 재밌다”, “그림을 통해도 이렇게 생각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패들렛이라는 디지털 협업 도구의 사용은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켰다. 각자의 그림이 실시간으로 게시되고, 다른 조의 반응을 확인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고 갔고, 이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적 소통의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 활동은 특히 초등학교 중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구성으로, 만약 디지털 도구 사용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종이를 활용해 동일한 구조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미디어란 단지 스마트폰이나 영상 콘텐츠만이 아니라, 생각을 담아 타인에게 전하는 모든 매개일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 미디어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시대에 따라 미디어의 형태와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흑백TV’, ‘유튜브’, ‘틱톡’, ‘이모티콘’ 등 다양한 시대의 미디어 사례를 살펴보며, 미디어가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 방식을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만들어온 역사라는 점도 함께 인식하였다.


더 나아가, 수업 말미에는 ‘미디어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과 함께 생각의 방향을 확장해 보았다. 이것은 ‘미디어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3마(차마·아마·설마)’ 법칙이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미디어를 보다 윤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내면화된 기준이다.


차마는 "차마 하지 못할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자기검열과 윤리적 판단을 의미한다.

아마는 "아마 그럴 거야" 하고 무비판적으로 믿는 태도를 경계하자는 의미다.

설마는 "설마 진짜(or 가짜)일까?" 하며 한 번 더 생각하고 검증해보는 습관을 권하는 말이다.


이 3마 법칙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내면의 기준이 될 수 있으며, 특히 SNS나 유튜브, 댓글 문화처럼 판단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더욱 필요한 태도다. 수업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차마… 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상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 키워드가 단지 말장난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미디어 태도 지침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논의는 미디어를 도구로서만 바라보는 시야를 넘어, ‘인간이 어떤 태도로 미디어를 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결국 오늘의 수업이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디어 교육 후기]질문이 만든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