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학] <언내추럴(2018)>과
질산성 질소

그리고 반전(?)

by 법률사무소 환경


2018년 방영된 일본의 법의학 드라마 <언내추럴>은 언내추럴 데스(Unnatural Death), 즉 부자연스러운 사망에 대한 부검을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UDI(Unnatural Death Investigation Laboratory)의 부검 스태프들이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서로간의 연대감을 확인하기도 하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가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법정, 법의학 드라마(사실상 이런 장르밖에 안 보는 것 같습니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수질오염 이야기를 하려는데 왜 갑자기 법의학 드라마가 나왔을까요? 가급적 메인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가볍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화에서, 부검의 미스미와 실습 의대생 쿠베는 한 의문사의 원인을 쫓다가, 범인에 의해 냉동 탑차에 갇힌 채 저수지에 빠지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미스미는 마침 화학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간이검사키트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차량이 완전히 물에 잠겨 전파가 끊기기 직전, 급히 실험실에 있는 동료 부검의 나카도에게 전화하여 "질산성 질소 20mg, 아질산성 질소 1.5 이상, pH 6.8, 총 알칼리도 20, 총 경도 120, 이것밖에 모르겠어요. 트럭째 물속에 빠졌어요. 어디인지 찾아주세요!"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나카도는 수질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저수지의 위치를 추정하여 주인공 일행을 찾아내고,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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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도가 어떤 방식으로 저수지의 위치를 특정하였을지 예상이 되시나요?

힌트는 역시 '질산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의 높은 농도'에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질소(N)는 생태계에서 보통 대기 중 질소(N2), 암모니아(NH3), 아질산염(NO2-), 질산염(NO3-) 등의 형태로 순환합니다. 질소는 생명 현상에 반드시 필요한 원소이지만, 수질에서 말하는 질소는 보통 유기성 오염의 지표로서 "총질소"로 측정합니다. 질산성 질소, 아질산성 질소는 질산의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화학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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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찌르는 듯한 암모니아 냄새를 알고 계시지요? 축사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는 유기질소와 그 분해물인 암모니아, 그리고 암모늄 이온을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 질소 비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생활하수에 포함된 사람의 배설물, 음식물 찌꺼기 등에도 다양한 유기질소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수계의 높은 질소오염은 주변 환경이 생물학적 오염원에 의하여 오염되었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서 흔하게 검출되는 오염원입니다.


암모니아가 산화 과정을 거쳐서 질화(Nitrification)되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 질산성 질소와 아질산성 질소입니다. 질산성 질소(Nitrate-Nitrogen, NO3-N)는 질산염 이온(NO3-)의 형태로 물에 존재하는 질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동시에 수질오염의 원인 물질입니다. 질산염의 농도가 높으면 부영양화를 촉진하여 수생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고, 음용수에서 농도가 높은 경우, 취약한 유아들에게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Blue Baby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질산염은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환원되는데, 이것이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면서 헤모글로빈 내 철 성분이 산화되어 산소운반능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먹는물 수질 기준에서는 질산성 질소의 기준을 10mg/L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20mg는 상당한 수준의 오염을 암시합니다.


아질산성 질소(Nitrite-Nitrogen, NO2-N)는 아질산염 이온(NO2-)의 형태로 물에 존재하는 질소이며, 이 역시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수질오염을 암시하는 지표이고 수생 생태계에 대한 독성을 가집니다.


부검의 나카도는 해당 수치를 듣고 저수지 인근에 축사나 농장 등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도상 동료들이 이동한 거리 반경 내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축사 인근의 저수지를 찾아내어 늦기 전에 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질산성 질소가 수질오염의 원인이자 지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반전(?)을 알리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이승학, 정재식, 김상현 박사 연구팀은, 지하수 내에 포함된 질산성 질소가 지하수 내의 수질 자정 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DOI: https://doi.org/10.1016/j.watres.2023.120954).


인공함양기법이란, 수자원을 지하수 층에 보충하여 저장하였다가 꺼내어 쓰는 수자원 관리 기법을 말합니다.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염수가 침투되는 상황 등을 방지할 수 있고, 토양에 존재하는 철산화물과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의한 유기오염물질의 제거에 따른 수질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함양수 내에 포함된 질산성 질소가, 철이 환원되는 과정에서 방출된 Fe(II) 이온이 다시 산화되어 철산화물로 변하는 과정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관련 작용에 관여하는 박테리아의 활동을 촉진한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질산성 질소가 수질 자정 작용의 지속성을 강화함으로써 유기오염물질(용존 유기탄소)을 더욱 많이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진은 질산성 질소는 이러한 반응을 마치면 제거된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수질오염물질이 수질 개선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반전, 어떠신지요? 환경이라는 순환하는 시스템의 복잡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주는 연구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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