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오랫동안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감각, 취향, 센스 같은 말로 포장되었고, 결과가 좋으면 “감각이 좋네”라는 찬사를 받지만, 왜 잘됐는지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브랜딩을 공부할수록 이상한 갈증이 남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 브랜드에 적용하려니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 말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무작정 실행하기보다 '왜 그렇게 되는지'를 이해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구조를 알아야 응용할 수 있고, 원리를 이해해야 올바른 방향이라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MBTI로 치면 전형적인 N(직관형) 성향에 가깝습니다.
이런 저의 기질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많은 창업자와 기획자를 만나며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상에는 저와 같은 'N'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해봐"라는 막연한 응원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논리와 작동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사실 제 커리어는 브랜딩이라는 감성적인 단어보다는, 철저하게 논리와 구조가 지배하는 '데이터와 전략'의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신용평가사에서 기업정보 데이터를 관리하고 평가사업을 운영하는 일을 가장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수만 개의 기업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그 정보들이 어떻게 비즈니스의 가치로 치환되는지 그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퇴사 후 IT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이커머스 데이터 솔루션을 운영하며 수많은 브랜드의 생생한 성적표를 데이터로 읽어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시스템을 운영하던 습관 그대로 브랜딩을 분해해 보기 시작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운영자의 눈으로 볼 때, 브랜딩은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의 신념 체계로 묶는 과정이었고,
컨설턴트의 눈으로 볼 때, 브랜딩은 재현 가능한 집단 심리의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성공하는 브랜드 뒤에는 우연한 감각이 아닌, 인류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강력한 구조가 숨어 있었습니다.
종교가 신념을 만들고, 이념이 집단을 움직이는 방식. 그 메커니즘을 브랜딩에 적용할 때 브랜드는 비로소
'시스템'으로서 작동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 적힌 'N에 대해 긴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으려 합니다.
때로는 원리를 모르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직관형(N)의 고집일 수도 있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무한한 미지수(N) 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당신이 처한 어떤 특정한 상황(N)을 의미할지도 모르죠.
정의하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이 'N'의 자리에, 당신만의 의미를 채워 넣으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N'이든, 이 시스템은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레시피를 외우는 대신 지식의 나무를 심고 싶은 당신, 'N을 위한 브랜딩 시스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브랜딩을 '운'에 맡기지 마십시오.
첫 번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겠습니다.
"인간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 '허구'를 위해 지갑을 열고 인생을 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