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작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솔직 리뷰
MBC 드라마의 기대작 <내 뒤에 테리우스>가 방영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드라마는 소지섭 씨(김본 역)와 정인선(고애린 역)씨 주연으로 주목을 받았죠. 저도 수, 목 10시 본방사수했습니다.
경단녀 고애린
아직 20대인 정인선 씨가 과연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요. 의심을 무색하게 할 만큼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여 놀랐습니다. 특히나 아줌마를 무시하는 대표에게 ‘돈 벌려고 기어 나왔다’고 쏘아붙이는 장면이나 ‘내가 얼마나 일 잘하는 여자였는데’ 라며 캐리어를 싸들고 집에서 나가버리는 장면은 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샀을 것 같습니다.
김본의 육아일기
딱딱하게 무게 잡던 어른이 아이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하며 무너지는 패턴은 늘 웃음이 나옵니다. 전직 블랙요원이었던 소지섭 씨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정보를 캐내겠다는 다른 목적에서 베이비시터를 자청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냅니다. 아이들을 통해 어른이 배우고 성장하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블랙요원?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걸리적거렸던 부분은 ‘전직 블랙요원’이라는 설정 그 자체였는데요. 블랙요원은 해외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파견하는 국정원 직원들 중 자신의 신분과 직업을 완전히 숨기고 첩보 수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말풍선 cg까지 나오는 가볍고 밝은 드라마에 갑자기 ‘블랙 요원’이 얹어지니 드라마의 색깔이 어중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밝고 코믹하다가 갑자기 심각하고 아련한 감정선의 널뛰기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일상적인 육아전쟁을 하다가 대뜸 선글라스를 끼고 ‘암살’이나 ‘북핵’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이 나오니 조금 민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왠지 장난스럽게 느껴졌달까요. 더군다나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지금 상황에서 ‘국가적인 거대 음모’는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초반에 엘리트 특수조직이라는 특성을 잘 살렸다면 더 몰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처럼 아예 촘촘하게 디테일을 구현해서 김본이 특수활동을 하던 과거를 보여줬다면요.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요원이 이상한 근거에 꽂혀 앞집을 염탐하러 베이비시터까지 된다는 전개는 조금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중심 감정선을 기다리며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첩보 협업을 그렸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의 장점은 앞으로 각각의 설정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김본은 누구이며 그를 쫓는 이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평범한 아줌마 애린은 어떻게 본의 첩보 전쟁에 뛰어드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내며 <내 뒤에 테리우스>만의 적절한 감정선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