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시사교양 박건식 PD님 강연
시사교양 PD랑 기자랑 뭐가 달라?
늘 궁금했다. 똑같이 실제 사건을 취재해서 알리는 일을 하는데, 시사교양 PD와 기자는 뭐가 다를까? 단순히 영상과 글의 차이는 아니다. <PD수첩>을 담당하고 계신 박건식 PD의 강연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PD와 기자의 본질적인 차이는 출입처 유무다. 출입처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받아 적어 전달하는 사람이 기자다. 출입처는 속보성이 짙은 대신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취재를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한국의 출입처는 대부분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장소 중심이기 때문에 자칫 출입처의 이해관계나 목소리가 더 크게 전달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뉴스가 힘 있는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은 뉴스에 발언할 기회가 적어진다. 특정 사람의 의견이 전부가 아님에도 다양한 입장을 기사에 실을 수가 없다. 그래서 좀 더 약자의 의견이나 장기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PD님의 비유에 의하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출입처 안이 아니라 출입처 밖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집중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뉴스
신문을 매일같이 열심히 보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세상 물정을 모르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깜빡하고 신문을 보지 못했는데, 그의 일상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 신문을 보지 않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건식 PD의 강연 중 굉장히 공감했던 대목이 있었다. ‘사람들은 세상을 파악하기 위해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보는데, 그게 과연 뉴스일까?’ 하는 질문이었다. 매일같이 어떤 정치인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관한 뉴스가 쏟아지지만 해당 내용이 우리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해당 신문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사이지, 우리가 선택한 내용이 아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출입처를 통해서 나온 기사라면 많은 사람들이 출입처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될 위험이 있다. 강자의 언행에 더 큰 관심이 쏠릴 수 있다. 그러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뉴스를 읽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미디어 리터러시
넷플릭스나 왓챠 등 콘텐츠 추천 프로그램을 자주 이용하면 편리하다.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이 몇십 개씩 쏟아진다. 그러나 가끔은 어항에 갇힌 듯 깜깜할 때가 있다. 내 취향에 맞춰주는 것은 좋지만 하나의 세계에 국한된 느낌이 들어, 다른 느낌의 콘텐츠는 어떤 게 있을지 도무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나는 뉴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필터 버블 (Filter Bubble)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SNS 뉴스의 경우 이 현상이 자주 적용된다. 내 입맛에 맞는 뉴스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높은 조회수가 나오기 쉽고, 높은 조회수가 나온 콘텐츠는 결국 나에게 추천된다. 그러면 나는 해당 뉴스의 시각에 점점 더 갇힌다. 일부 사람들이 시중에 떠도는 가짜 뉴스를 무턱대고 믿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년 전, 미국 대선 당시 가짜 뉴스 대처법이 한창 화제였다. 언론사에서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고, 페이스북과 같은 SNS 사이트에서는 자체적인 검열을 기준을 수정하기도 했다. 또한 진정으로 우리 일상에 꼭 맞는 뉴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커뮤니티 중심의 블록체인 저널리즘 ‘시빌’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소통의 시대에 ‘중요한 척’하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콘텐츠는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중립을 지키고 판단하는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쪽에 편향된 뉴스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검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건식 PD가 ‘프레임’에 관한 설명을 하며 보여준 예시들 중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날치기 통과 vs. 단독 통과
노동탄압 vs. 노사관계 선진화
불법체류자 vs. 미등록 이주 노동자
촛불 집회 vs. 촛불 시위
매각 vs. 경쟁체제 도입
예를 들어 ‘집회’는 평화로운 느낌이지만 ‘시위’는 어딘가 저항적이고 불법적인 이미지가 연상되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같은 현상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다르게 전달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조금 더 나에게 필요한 뉴스를 골라내기 수월할 것이다. 이는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를 분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부분이다. 앞으로는 뉴스를 볼 때 좀 더 단어에 집중해보자. 의외로 다른 어조가 많아 놀랄 수 있다. 그 차이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 건강한 뉴스 소비와 세상 읽기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