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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랑 Apr 28. 2024

7. 긴 여행을 가고 싶다

서른 프로젝트

 




서른 프로젝트, 서른을 맞아 지금의 나를 기록하










7. 긴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원하는 만큼 지겹도록 오래가고 싶다.



처음 가보는 동네 작은 호텔에서 오래된 스프링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나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를 보며 오늘은 어딜 갈까 고민하고 싶다. 처음 보는 글자로 채워진 메뉴판을 보며 처음 맡는 냄새와 향신료 가득한 음식을 먹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고 싶다. 바람이 꽤 부는 날 크루즈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서 조류가 조금 있는 바닷속을 백롤로 입수하여 귀한 물고기를 찾아다니고 싶다. 손바닥만 한 작은 가방에 빤스 하나 넣고 일주일간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어릴 적부터 우리 가족은 연 1~2회 여행을 다녔다. 보통 멀고 먼 남해로 많이 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 둘 다 여행을 좋아했으니 가능했던 일이었다. 내가 계획을 짜서 간 곳들이 아니라 그런지 가족여행지는 어디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 남해의 섬으로 자주 들어갔기 때문에 통영에 많이 갔고, 갈 때마다 꿀빵을 먹었던 것

   # 아빠는 어디서든 좋은 퀄리티의 해산물을 잘 구한다는 것

   # 어른이 되어서 보니 엄마는 여행 계획을 항상 완벽하게 짜뒀다는 것

이 정도.... ㅎㅎ..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집안 내력은 내게 고스란히 내려왔고, 나는 엄마가 우리 방학마다 그랬던 것처럼 매년 열심히 여행각을 재고 있다.



스물한 살 때 친구와 처음 간 홍콩여행을 시작으로 나는 국내고 해외고 매년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는 게 참 재밌다. 



또 무엇보다 여행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지점 중 하나는 바로 최소한의 것들로 알찬 여행을 보낼 때의 만족감이다. 돈 없고 시간만 많던 대학생땐 비행기값 포함 100만 원으로 12일간 태국&라오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차박에 빠져있던 코로나 시절엔 7일간 꼬질꼬질하게 차박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나는 한국의 전형적인 직장인인지라 1년에 2번 정도 5일 연차를 쓰고 최대 9일까지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직장인이던 학교 선배가 연차+대휴+여름휴가까지 합쳐서 한 달 정도 남미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대학생땐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였는지 몰랐다. 쫄보인 나는 아직 2주도 써보지 못했다. 



언제 다시 한 달 이상의 길고 여유로운 여행을 가져볼 수 있을까.

다른 나라 친구들처럼 회사를 다니면서도 한 달 여행이 가능한, 휴가에 너그러운 한국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10년 뒤 이 글을 볼 때쯤엔 한 달 이상의 휴가를 다녀온 뒤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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