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딜레마

한 칸만 더 움직여줘

by 티본


오늘은 칼퇴를 할 거야

라는 말이 무색 해 질만큼 오늘도 늦은 밤 일이 끝났다. 건물에 창문을 닫고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사원증을 찍고 집으로 걸어간다.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야근이 몸에 배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와 빛나는 조명들을 사이로 집에 도착하며 "오늘도 늦었네.."라는 말과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에게 직장을 고르는 기준은 야근이 얼마큼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기준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디자이너로써의 삶을 택한 뒤 첫 직장에서는 하루 3~4시간씩의 수면을 하며 일을 하곤 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였고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러는 건 줄 알았다. 첫 출근날 집에 10시에 퇴근을 하였다. 그 당시 마케팅팀이었는데 퇴근 중 팀장님께 문자가 왔다. "야근을 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정시퇴근을 목표로 하세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일을 주고 야근을 하지 말라고 하다니 라는 생각을 하고 1개월, 3개월, 1년을 넘기다 보니 내 체력은 말도 안 되게 소진이 돼있었다. 피로에 지쳐있고 정신은 항상 탁해있었다. 하루 2갑씩 담배를 태우며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쓰곤 했다. 밤 12시 전에 퇴근하는 게 소원일만큼 간절했었다.

그래서 이제 야근의 강도가 회사를 정하는데 입사의 기준이 되었다.


야근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디자이너의 발목을 잡는 야근의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가진 디자이너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디자이너는 마법사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근을 부르는 마법은 당신들이 주문을 외운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1PX만 옮겨주세요

이미지에 글씨만 올려주세요

처음께 나은데?

알아서 해주세요

화려하면서 촌스럽지 않고 절제됨을 갖고 과감하게 작업해주세요


저런 말들이 얼마나 디자이너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나오는 말인지 말하는 분들은 알까? 디자이너들은 1px을 옮길 때도 자기만의 아집과 스타일을 고민하면서 제작을 하는 걸 안다면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마케터, MD 그 외 모든 직무들과 디자인의 의견 차이는 야근을 부르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나는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서 클라이언트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 입맛에 맞는 통과하는 디자인을 제작하게 되었다. 나의 개성을 죽이며 야근을 덜하고 클라이언트까지 만족하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입사 기준인 야근과 멀어지고 행복한 워라벨을 즐길 수 있는 디자이너,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다들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제 디자인이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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