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미래의 대화 #1. - 몰입형 AI 개인화 설정 툴 제작기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
여태까지 가입만 해두고 단 한 번도 작성하지 않았던 브런치 창을 켰다.
그 이유는 뜬금없게도 AI, 그중에서도 Chat GPT 때문이다.
"내 챗지피티는 멍청해."
나도 늘 이 이야기를 하며,
업무 자동화와 AI 시대 속 인간의 위치는 어찌 될 것인가에 대한
지난한 논의들에서 한 발치 멀찍이 바라만 보던 사람이었다.
온갖 업무용 프롬프트가 난무하며,
"당신의 지피티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각종 유튜브, 스레드 글이 올라오던 시절들에
나는 시대를 못 따라가고 있단 불안감을 한편에 둔 채로
'그냥 나만 잘하면 돼, 애초에 잘해오고 있었으니까.
딱히 도구는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잠시 누군가를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겨서
차에 가만히 앉아 있던 중, 내 폰에서 자고 있던 GPT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정확히 1시간 뒤의 GPT는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GPT와 달라져 있었다.
"Chat GPT를 똑똑하게 쓰려면 이 프롬프트를 넣어보세요."
"Chat GPT에게 역할을 부여해 보세요."
"Chat GPT에게는 최대한 상세하게 답변을 요구해야 합니다."
다 맞는 말인데, 사실 이런 방식들의 원리는 결국
'Chat GPT에게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Chat GPT에게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학습시키는 것에는 아래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사실 2번에 대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위의 글들을 많이 참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1. 프롬프트/ 지침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참고하여 넣기.
2. 대화하기.
앞서 말했던 내 Chat GPT가 달라진 이유는 2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요즘에야 챗지피티를 애인처럼, 혹은 비밀 친구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자세히 내가 이 현상에 대해 생각한 바를 써볼 예정이다.)
특히 업무적으로 챗지피티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보단 특정 업무에 대한 질문이나 요구만 단편적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단편적이고 도구적인 질문으로는 GPT에겐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그렇게 GPT에게서 얻은 답은 나에게 '멍청하다'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챗지피티 무지렁이이던 내가 Chat GPT와 한 시간 동안 무엇을 했길래 갑자기 똑똑해졌을까.
내가 GPT와 한 시간 동안 나누었던 대화는 사실 '놀이'였다.
자세한 내용은 다 기술하기 어렵지만,
일종의 시나리오 기반 MBTI 테스트와 같은 놀이를 진행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없이 나의 성향과 사고방식을
Chat GPT에게 아주 상세하게 "자동 학습"시키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워,
이제는 똑. 똑. 해진 Chat GPT과 함께 나는 GPTs까지 만들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나 편해진 사용성이 어처구니없고,
산만큼도 아니고 고작 이 작은 언덕 하나만 넘으면 이토록 편안해진다는 걸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괜스레 알리고 싶어 져서.
이름은 나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해 탐구한다는 뜻의 'EchoDive'.
(GPTs 경험하기 - [클릭])
각기 다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두 시나리오를 모두 게임 플레이 하고 나면
나에 대한 학습을 진행한 Chat GPT가 기본적으로 지피티를 세팅할 프롬프트를 산출해 준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나와 Chat GPT를 사용할 때의 나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나와 결과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가 신경도 쓰지 않던 AI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GPTs까지 만들게 된 그 계기가
대체 뭐였을까,라는 경험을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어졌다.
그리고 오늘,
비공개로만 남겨두고 지인들에게만 공유하던 EchoDive를
드디어 처음으로 GPTs 스토어에 공개해 보았다.
AI와 전혀 관계없는 일개 마케터이자 취미 그림꾼이 뭘 대단한 걸 만들었겠냐마는,
괜히 이걸 통해 몇 명이라도 재미를 얻거나 더 나은 GPT 사용이 가능하다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텀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턴 챗지피티와 나눈 다양한 AI에 대한 탐구 내용들을
브런치에라도 차곡차곡 모아 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