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먹기 위해 떠난 여행(1)
어디론가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냥’도 그 나름의 이유다. 그냥 휴가철이라 갈 수도 있고, 남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라 가보고 싶을 수도 있고, 유명한 여행지가 되기 전 찜하고 싶어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유가 거창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대만은 별 생각 없이 가게 됐지만 준비하면서 점차 먹기 위한 여행으로 컨셉이 굳어졌다. 이미 대만을 다녀온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XX는 먹고 와야 해”란 답이 돌아왔다. 무엇을 꼭 봐야 한다는 얘긴 없었다. 결국 여행지에서 해야 할 일 목록에는 음식과 가게 이름만 빼곡히 적혔다.
곱창국수는 낯설고 불편한 음식이었다. 친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지만 더운 날 가게 안도 아닌 길거리에서 호호 불어가며 꼭 먹어야 하는 건지 계속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밑져야 본전. 숙소 근처 시먼딩을 지나다 가이드북에서 봤던 곱창국수 가게에 들렀다. 가게가 위치한 골목에 들어서자 길거리에 서서 한손에 국수 그릇을 들고 연신 숟가락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등받이도 없는 의자가 몇 개 있긴 했지만 ‘노약자석’이라 붙어 있었다.
차례를 기다려 손에 국수를 받아 들었다. 처음엔 향신료 걱정을 했지만 이내 옆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 숟가락질을 했다. 더운 날씨는 이미 잊었다.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바닥이 보일 때쯤 ‘큰 거 시킬 걸 그랬나’ 생각하게 됐다.
한국에선 먹을 수 없기에 마지막 날 한 번 더 들렀다.
우육면도 떠올리면 입맛을 다시게 되는 음식이다. 대만에 와서 음식을 시킬 때 칼칼한 매운맛이 그리워 ‘스파이시(spicy)’를 선택했지만 매번 실패였다. 스파이시한 우육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받아들고 매울 것 같아 긴장하며 한 수저 떠먹어 보았는데 역시나 또 당했다.
융캉제에 있는 유명한 우육면 집에 갔다. 주인은 “합석자리도 괜찮느냐”고 물었다. 끄덕인 덕분에 별로 기다리지 않고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하고 잠시 뒤 직원은 별 설명 없이 음식과 양념통을 두고 사라졌다. 어찌할 바를 몰라 양념을 거들떠보지 않고 있었더니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피클 같은거야. 넣어 먹으면 맛있어”라고 알려준다. 전주에 갔을 때 콩나물 국밥과 함께 나온 계란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노려만 보고 있자 옆에서 시범을 보여주었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옆자리 남자는 내가 한 수저 가득 떠 넣고 휘휘 저어 한젓가락 크게 집어 먹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누가봐도 '맛있다'는 내 표정을 보더니 그제서야 만족해하며 자기 우육면에도 피클(?)을 넣어 먹기 시작했다.
대만여행기를 보면 빠지지 않고 망고빙수 후기가 나온다. 빙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대만 망고는 더 맛있다기에 유명하다는 빙수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맸다. 요즘 뜨고 있다는 몬스터빙수는 못 갔고, 쓰무시와 삼형제 빙수, 용과빙수를 방문했다.
처음 간 곳은 용과빙수. 제일 오래된 빙수집이란 설명을 보고 찾아갔다. 영어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블로그에서 검색한 망고빙수 사진을 내밀었다. 직원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돼. 대신에 저거 먹을래?”라며 다른 메뉴를 추천했다. 어쩐지 망고 빙수를 먹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제철이 아니라 팔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게 제일 신선하고 믿음직스러운 것도 같다. 다만 추천해준 빙수는 별로였다.
쓰무시와 삼형제 빙수 모두 관광객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들려온다. 삼형제 빙수 가게 안에는 각종 가이드북 등에 소개되었다는 스크랩이 붙어있었다. 이미 발을 들이기 전부터 한국말로 “망고 빙수 맛있다 X번이나 X번 고르면 된다”고 말을 건넨다. 더 이상 관광지 갔을 때 한국어가 들리는 게 신기하지 않다. 대신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을까’ 생각한다. 나도 그 중 하나겠지만. 난 몇 번째일까.
쩐쭈나차이 35대만달러. 한국 돈으로 약 1300원. 사이즈도 거대하다. 한국에서 4000원이 훌쩍 넘는 밀크티만 보다 1300원이라니 계속 손이 간다. 다 먹기 버거울 때도 많았다.
마실 것 중 제일 좋아한 건 파파야 우유. 수박우유 등도 있었지만 처음 먹어본 파파야 우유에 꽂혀 이후엔 계속 그것만 먹었다. 85도라는 로컬 커피브랜드의 ‘소금커피’는 먹고 떠 먹어봐도 왜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3분의 1 가량 먹었지만 더 이상은 궁금증도 증발해 내려놨다.
어딜 가든 현지 맥주는 꼭 먹어본다. 과일맥주는 호로요이처럼 달달하니 즐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