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먹기 위해 떠난 여행(2)
대만 야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진을 보며 먹고 싶은 것을 꼽아보다 야시장만 세 번은 가야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먼저 간 곳은 라오허지에 야시장. 초입에 있는 후짜오빙(화덕에 붙여 굽는 만두같은 음식)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꼭 먹겠다 다짐하며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곳곳에 과일주스, 큐브스테이크 등 오기 전 많이 봤던 음식들이 반가웠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식욕도 감퇴시켰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취두부 냄새로 추정된다. 골목골목 볼거리가 많았는데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특히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골목에 들어가면 냄새가 심했다. 맛있게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찡그리며 다니고 싶지 않아 얼른 자리를 피했다. 마음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었는데 코가 쉽게 적응을 못해 야시장에서 빨리 빠져나왔다.
라오허지에 야시장은 현지인들이 좀 많이 찾고, 스린 야시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아 괜찮다는 얘길 듣고 다시 한 번 야시장 탐방에 나섰다. 굉장히 넓은데 사람이 많아 밀려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취두부 냄새는 거의 없었다. 지하에 식당가가 있었는데 거기 다 모여 있어서 인듯하다. 사람들이 유명하다고 하는 간식거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넓어서 찾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돌아다니다 발견하게 될뿐. 차라리 찾기를 포기하고 다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으면 기다렸다 맛보는 방법을 택했다. 특별히 맛없는 메뉴는 없었다. 대신 또 와서 먹고 싶을 만큼 매혹적인 간식도 없었다.
대만에서 처음 방문한 식당은 ‘삼미식당’이다. 가이드북엔 없지만 대마여행 카페에서 사람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곳. 삼등분해야 한국에서 파는 연어초밥 하나 크기가 되는 거대한 초밥이 최고 인기 메뉴다.
화려한 시먼딩을 지나 어둑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으나 두 세집 건너 하나씩만 불을 켜고 있는 길을 지나자니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유명한 가게라는데 이런 외진 곳에 있을까 의심이 들어 자꾸만 구글지도를 보고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가보니 밥을 먹기 애매한 시간임에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게 입장 전 직원이 주문을 받길래 사진을 꺼내 보여주려 했더니 한국말로 해도 알아듣는다고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연어초밥과 닭꼬치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닭꼬치를 한국말로 아는 외국인이라니.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는지 알겠다.
혼자 앉은 덕에 낯선 사람과 합석을 해야 했다. 생김새를 보고 현지 사람인줄 알았는데 대뜸 여기가 유명한 곳인지를 묻는다. 그는 길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맛집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고 했다. 나는 “한국 여행자에게 유명한 집이고 특히 내가 시킨 이 두 메뉴가 인기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는데 잠시 혼자 여행을 왔다고 했다. 자세히 묻진 못했지만 가족이 살고 있는 곳에 잠시 와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봤다. 대만 사람들이 모두 친절했지만 아무래도 서구에 오래 살아서인지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과는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대만에는 무한리필로 유명한 훠궈집이 몇 군데 있다. 훠궈는 한국 샤브샤브와 비슷해서 넘어갈까도 생각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 훠궈집을 찾았다. 무한리필되는 곳은 1인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맘 편하게 혼자서 냄비에 담궈 먹을 수 있는 훠궈집을 찾았다. 아예 입구 번호표 뽑는 기계가 사람 수에 따라 구분돼있다.
안내에 따라 들어가 앉으니 육수가 담긴 냄비와 앞 접시 등을 바로 가져다 줬다. 이어서 서너 가지 양념을 들고 와 앞에 섰다. 어떻게 하라고 몸짓으로 설명해주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Pardon?"이라고 하니 옆에 있던 서양남자가 ”저거 간장인데 너 원하는 만큼 넣어서 먹으면 돼“라고 설명해준다.
한참 먹다가 다시 말을 건다. “넌 어디서 왔니? 혼자 여행 중이니?” 말을 건넸다. 대화를 하다 그가 뉴욕 출신인 것과 영어 강사로 일하기 위해 대만에 온지 1년 정도 지났고 이제는 매니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곳에 살면서 중국어도 조금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어색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들어왔던 식사를 마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상 얘기를 할 땐 할 얘기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가고 나니 어떻게 대만을 선택하게 됐는지, 한국에도 와보고 싶은지 등 그가 가고 나니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결론은 '부러움'으로 수렴했다. 영어가 모국어라 어디서든 일자리를 찾고 옮겨 다니며 살 수 있는 그가 부러워졌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거니까.
처음 명동 딘타이펑에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맛있는 만두가 있나 감탄했었다. 요즘은 한국에서 딘타이펑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딘타이펑이 탄생한 대만에 왔으니 안 가볼 수 없어 본점과 타이페이101타워점을 방문했다. 두 곳 모두 손님이 엄청나다. 심지어 타이페이101타워점은 문을 열자마자 갔는데 먹다 돌아보니 금새 빈자리가 없어졌다. 동먼에 있는 딘타이펑 본점 역시 마찬가지. 합석도 괜찮다고 한 뒤에야 40분~1시간 정도만에 입성할 수 있었다.
딤섬은 당연히 맛있지만 한국처럼 쨔샤이 등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딤섬을 주문하기 전,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반찬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기본 반찬을 줄 거라 생각해 괜찮다고 돌려보냈는데 딤섬을 계속 먹다보니 느끼해져 짭쪼름, 매콤한 무언가가 급하게 당겼다. 맥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