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by 김짜란

무언가 떨어졌다. 일단 뉴스에는 운석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럴 수가 없는데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졌다. 과학적 사실에 의하면 지구는 인간이란 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야 했다. 공룡들이 사라졌듯, 그렇게 인간들과 동식물들이 사라져야 했다. 충격으로 인해 회전축이 흔들리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것들이 바스러져야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다들 살아있었다. 그 운석 아래 있던 몇몇 빼고. 뉴스에 따라 그 무언가를 운석이라 할 수 있나.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것은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면서 불타오르지도 않았고, 크기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와서, 그렇게 박히었고, 충격은 모두 자신이 흡수했다. 말이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물리적인 사실이 무시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운석은 물컹해지기도, 딱딱해지기도 하며 지구에 박혔다. 처음엔 모두가 두려워했다. 특히 힘이 강한 미국은 그 주위에 성벽에 가까운 울타리를 치고 자신들이 극비리에 조사 사업을 했다. 레이더에 잡혔다면 자신들의 기밀 파일에만 들어갔을 사실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세상에 먼저 퍼졌기에 급하게 성벽을 세웠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자신들만이 연구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른 나라를 이기려고. 이에 질세라 러시아와 중국 또한 그 안에 첩자를 심어 정보를 빼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들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원소주기율표에 등 장하지 않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지구상에서 그것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었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점성이 있는 액체 같기도 하다가, 고체가 되는 그것을 무어라 설명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것 근처에 독성이 있느냐 하면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독성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그냥 지구에 '도착했다.'라는 말이 맞았다.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들은 싸우기 시작했다. 외계 생명체냐, 아니냐 라는 담론이 끊임없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인류의 안전을 위해 제거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실험차 운석 공격을 해보았다. 아주 작은 물리력인 칼부터 시작해 폭격기까지 동원하여 공격을 해보았으나 그것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지구에 도착한 것처럼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교감이 되느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저명한 종교 지도자들은 그것이 영적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갔다. 교황은 언제나 그러하듯 카니발 차를 타고 가다가 가장 검소한 모습이 되어 다가갔다. 하나 그것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불교계의 거장인 달라이 라마가 닿았을 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슬림, 밀교, 러시아 정교회, 개신교 등등 유명하디 유명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닿았음에도 그것은 그저 존재했다.

그러자니 사람들은 그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것의 주위 사람들은 밑에 깔려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는 김에, 그것을 관광산업 자원으로 이용하고자 했고, 그 생각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는 그것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자신의 종교적 지 도자가 닿았기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과학자로 그것을 정의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세계여행을 하는 김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냥 유명한 것이라기에 오는 사람도, 우주에 나가는 소원을 대신 풀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그렇게 점점 스며들었다. 존재하는 존재로 스며들었다. 그래도 명소는 명소인지라 구경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았다. 전만큼은 아니었으나 사람들은 저것을 보호해야 한다며 쳐 놓은 울타리를 넘어가기도 하였고, 낙서를 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그것은 가만히 존재했다. 수십 년이 흘렸음에도 그것은 그저 존재했다 물리학자들은 계속하여 어떻게 그것이 지구에 '착륙' 하였는지 연구하였으나 답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풀리지 않는 지구의 난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가 되었다. 모아이 석상도 그렇게 박힌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 피라미드도 그렇게 날아온 것 아니냐는 음모론들이 속속 고개를 들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그저 존재했다.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이 그러하였듯 그것을 떼어가서 먹거나 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낭설 또한 떠돌았고 그 아래 금은보화가 묻혀있다는 소문이 생겨났다. 도굴꾼, 채굴꾼, 사기꾼, 환자 모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잊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에게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원하면 점성이 있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면 단단한 것으로 그렇게 있을 뿐이었다. 음모론자들은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시간은 흘렸으나 그것은 그대로 존재했다.

수십 년이 지나 그것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던 사람은 죽었고 그 자식들이 일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 주위 것들은 변해갔다. 사람들은 계속 오 갔으나 관심은 시들해졌다.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하나 박혀있다는 것에, 존재한다는 것에, 나름의 모습에 긴장하거나 적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그것이 계속 모습을 바꾸고, 비록 그것이 과학적으로 정의되지 않고, 비록 그것이 세월에 따라 바뀌지 아니하여도 사람들은 그저 받아들였다.

그것이 지구에 '등장'한 지 100여 년이 되었을 즈음, 다리에 기계를 박은 사람 하나가 그 앞에 나섰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시선을 뗄 줄 몰랐다. 기계는 의족처럼 똑바로 박히지 않아 있었다. 어느 날 날아와서 박혔다고 하면 더 믿음직스럽게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공작새의 꼬리가 다리에서 자란다면 저런 모양일까. 어찌 보면 물감을 뭉쳐 도화지 위에 던지면 저런 모양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러 왔던 사람들은, 그의 '그것'에 더 큰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그것'은 서지컬로 판명되었고, 의료기구로 정의되었으며, 신체적 불일치감이라는 병명 아래 태어난 역사적 사실 또한 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 그것 대신 '그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다리 대신 그것을 보았다.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것을 보기에, 자신은 그것을 보았다. 저보다 더욱 멀리서 온 것인데. 사람들은 저것보다 저의 것을 신기하고, 기괴하고, 적대적으로 보았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와보았으나 그것의 앞에서도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이름을 부여받고, 여기서 살아온 토착민인데, 이방의 것보다 더욱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시선을 받았다. 그것은 어떠한 것에도 상처를 입지 않았으나 그는 상처 입었다. 그것은 형태를 변화했으나, 그는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사람을 깔려 죽게 하지도 않았고.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의 관심도 받지 않았다. 음모론자들에 의해 이슈가 되지도 않았고, 불가사의로 등록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두의 시선 아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미웠다. 그래서 그는 그것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한참을 울고, 사라졌음에도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봤어, 아까 그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