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쓰다듬어주는 손이 햇살 같다. 무릎을 빌리고 누워있자면 수빈이는 마치 제 자리를 찾듯,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곤 쓰다듬는다. 무언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다나. 사락사락 소리가, 바람 소리가 듣기 좋다고 했다.
초록색 비늘을 덮은 작은 자동차 수리소. 그곳에 차가 없으면 작은 심포니가 시작된다. 사무실 안, 벽시계 소리, 바람이 나뭇잎과 장난치는 소리, 차들이 오가는 소리, 너머에서 들려오는 학교 종소리. 그중에서도 나는 수빈이의 심장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
맥이 약한 편이라 잘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 나도 정갈하게 준비가 되어야 찾아오는 소리라 귀하다. 혈관이 얇다고 했다. 그래서 맥이 약하다고, 그래서 약하다고, 그래서 귀하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웃던 얼굴이 훤하다.
좋아?
응.
차가 없는데 뭐가 좋아.
우리가 있잖아.
역시 문과를 가서, 시인을 했어야 했어.
시인은 아무나 하나.
수빈이는 곧 잘 웃으며 나더러 시인을 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다. 하지만 내게는 이미 시가 있다. 인생이 응축되어 나오는 웃음소리, 울음소리, 침묵, 손짓, 눈짓, 그 모든 것이 나에겐 시다. 그런데 내가 시인이 된 들, 시인이 되지 않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결국 그 소리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지고, 내 소리들도 그러할 텐데 일이 무슨 상관이던가.
잉크가 번진 손이나, 엔진 기름이 번진 손이나 수건을 까맣게 만들고, 언제나 우리는 조금 배가 고플 테니 다를 건 없다. 우리 사이에는 시들이 떠다닐 테니 너와 내가 있는 한 달라질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을지라도 지금 여기, 너와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