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머핀을 달랑 든 중학생, 에어팟을 꽂고 청자켓을 입은 대학생, 맨들맨들해진 양복을 입은 중장년, 꽃무늬 스카프를 한 노인. 강하게 흔들리는 장미나무.
몽글몽글한 것, 일상적인 것, 위태로운 것 모두가 한 순간에 섞여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다른 시각으로. 내 시선은 창 밖이다. 만원버스에서 볼 거라곤 그게 다이니. 버스는 느릿하게 변진섭씨가 콘서트를 연다는 플렌카드가 달린 경희궁을 지나 광화문역으로 간다. 직장인들이 많아 7시 반부터 9시까지는 꽤나 느리고 꽉 차 있고 답답하다.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어둡다. 비가 오려나 핸드폰을 보는데,
잘각.
찰칵도 아니고, 잘그락도 아닌, 셔터라기엔 애매하고 자동차에 짓이겨지는 것의 소리가 아닌 게 들린다. 의아해 둘러보면 못보던 카메라가 기둥에 달려있다.
B건물 2층.
모니터 하나에 핸드폰을 들고 모니터를 보는 사람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이 더욱 당겨진다.
핸드폰 내역 확인했습니다. 추적해 빅테이터로 쌓겠습니다.
신문사 건물에는 2층이 없다. 엘레베이터도 멈추지 않고, 문도 따로 없다. 로비에서 보기엔 천장이 높아 그런가 싶지만, 로비 옆 천장은 낮다. 가운데 로비가 있고 둥그렇게 돌아 가장자리들에 공간이 있다. 마치 카메라와 렌즈처럼.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한다. 국가의 비밀 공간, 빅데이터 형성이라는 비밀 업무. 그 와중에 반동분자를 찾아내고 예의주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없다. 모두 빅데이터의 한 조각일 뿐. 사찰의 한 결과물일뿐. 2층이 있다는 걸 모르는 전부가 조각이다.
조각을 모아 붙여 마치 유행인 것처럼, 대중이라는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부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다. 유행한다는 연예인, 종목, 부동산 시세, 기업 상장까지. 다 정부의 손 안이다.
일식집 룸.
이번엔 A당쪽에서 열세라 힘드시겠습니다.
이놈의 당 옮기든지 해야지.
하허 웃으며 사케와 잔이 오간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오가는 잔에는 불콰한 알코올 냄새가 풍긴다.
아까 싸우실 때는 진짜 싸우시는 줄 알았습니다? 날로 연기가 늘어요.
한 의원이 다른 의원을 칭찬하자 다들 웃음이 터진다. 몇시간 전만 해도 스크린에서 멱살을 잡고, 고성을 던지던 사람들이다. 스크린에는 불발, 갈등, 비난, 과 같은 자극적인 폭죽들이 터졌는데, 지금은 다르다. 스크린은 사람을 속인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아는 의원들은 그 앞에서 연극을 한다. 모두가 속는 연극을. 다들 자신은 속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눈에 대중은 트루먼이다.
잘각. 잘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