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고 딴딴함. 어린 것은 말캉하고 보드랍다. 그게 강아지의 촉감이다. 고스란히 이어지는 감각들. 그는 강물의 대화법이다. 크기에 따라 다른 수다. 개천이 작으면 한명, 바다처럼 크면 10댓명. 그들은 한명이자 여러명으로 서로를 느낀다. 서로를 지지한다. 새로운 곳에 넘어갈 때 사람들의 격려와 지지로 안전감을 느낄 때가 있었는가? 꿈 꾸는 것이 무섭지 않아졌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강물이다. 물론 태어난지 얼마 안되거나, 그 감이 유독 무디거나, 몇가지 이유로 공유가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지역의 물로 태어나 매우 비슷한 생김새를 했으면서도 통하지 않는 것은 그 이유이다. 또한 바다로 이어져 계속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파괴되어 물길이 메마른다면 생이 끊기기도 한다. 인간들은 이것을 절명이라고 부른다. 혹은 단명. 어떤 생을 살았느냐, 어떤 순간을 살았느냐에 따라 부르는 명이 달라진다.
많이 아팠겠어.
혹자는 그 이어짐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읽는다. 이런 공유된 감각을 신내림이라고 명명하고 자신들을 소통의 매개체로 삼는다. 대부분 기억이 없는 강물이 그렇다. 어딘가 바위가 크게 있어 시작이 약하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서로의 위치가 바뀔 수 있음을, 모든 것에는 연속성과 이어짐이 있음을 이해해지 못하고 말을 뱉을 때, 같은 강물임을 알고 탄식하는 자들이 있다. 저것은 우리와 같이 태어났으면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통탄하는 강물들이 있다. 그것이 강물이 아니라면 그리 통탄스럽지도 않을텐데. 어떤 강은 그저 흘러간다. 흑해와 홍해가 섞이지 않고 다른 곳을 향하듯이. 마치 다른 물인 것처럼.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알 수 없다. 강은 그저 흐르는 것이니까.
추워? 이거 입을래?
그런 의미에서 부영씨는 강물 중에서도 잘 통하는 강물에 가깝다. 아니 그냥 흐르는 강물이다. 그것도 꽤나 크게. 그래서 모두와 쉽게 통한다. 공감능력이 좋다고 믿지만, 그도, 그의 주위도 사실은 물의 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임을 모른다. 아직 어린 강물이라 그렇다. 하지만 어린 것 치고는 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 씨, 왜 이렇게 슬프냐.
남들이 보고 안우는 영화에도 조금의 슬픔이라도 가루가 묻어나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마냥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런 부영씨를 사랑하는 것이 초록씨의 일상이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면 당연히 사람은 그 근원지를 찾듯, 초록씨는 부영씨를 당연히 사랑한다. 초록씨는 강물도 바닷물도 시냇물도 아니다. 하지만 바다가 모든 것의 태초이고, 모든 것이 바다에 삼켜질 수 있듯, 초록씨도 녹아 하나가 되었다. 전에는 전혀 울지 않던 초록씨, 남의 상처에 과함과 모자람을 재던 초록씨는 이제 없다. 바다에 빠졌더니 과립스프마냥 녹아버렸다. 둘이 합쳐 그냥 초록물이 되어버렸다.
다녀왔어? 어디 아파?
다녀오는 부영씨를 맞이하며 활짝 웃던 초록씨가 인상을 찌푸린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부영씨의 아픔을 보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자신도 아파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 타인의 시각에서 고민을 기꺼이 한다.
어? 그거 완전 싸패 아냐? 아니 인간이 돼서 어떻게 그렇게 말해?
부영씨의 팀장이 한 말에 분노를 한다. 마치 자신이 들은 것처럼. 그리고 수치스러워한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에 통탄한다.
아, 그 팀장 사수가 이상했댔지. 그거 배웠나보다.
그러다가도 문득 어떠한 인생을 살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깨닫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며 받아들인다. 전에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이해하지 않았다. 납득하지 않았다. 존재를 부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저 받아들인다. Let them go. 부영씨를 만난 뒤 초록씨가 가장 많이 중얼거리는 말이다. 그렇게 흘러간다. 흐르다가 돌을 만나면 멈추지 않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흐른다. 그게 강이다. 강의 아이가 아니라도 강이 된 것이다.
사랑해.
그게 사랑이다. 강물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한다. 그에 물이 엎어지며 퍼지듯 빠르게 스며들어 강물이 아닌 것들도 적셔버린다. 그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떤 것은 녹고, 어떤 것은 부식되고, 어떤 것은 굴려지다가 결국 강이 된다. 그렇게 강이 모여 바다가 된다. 거대한 물이 된다. 지구의 태초인, 거대한 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