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있는 안테나가 제법 생선 가시를 닮았다. 그래서 종종 생각하곤 했다.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전자 물고기를 잡아, 그들의 뼈로 안테나를 만드는 건 아닐까 하고. 잡힌 물고기의 뼈대는 살을 모으는 낚싯대로, 그들의 살은 우리가 쓰는 전자파로. 그들이 잡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도 앞을 보지 못하고 허우적대므로. 사람과 똑같이. 우리는 앞날을 보지 못한다. 한치 앞도 보지 못해 고꾸라진다. 혹자는 자기가 판 무덤에 자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그냥 발버둥만 치는 것 같고 나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물고기들이라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특히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라면 더 더욱 멈춰있는 것 같겠지. 그들 중 어떤 물고기가 잡히는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이 움직이고 많이 발버둥 친 물고기는 움직이는 것이 빨라졌으니까, 덜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이다. 수렁에 박혀 허우적대 본 사람은, 평지에선 더욱 빨리 뭘 수 있는 것처럼.
뭘 쳐다보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것이 계곡 같다. 계곡물은 투명하지만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을 한다는 것쯤은, 지금 나와 같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가봐도 내 눈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안다고 뭐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볼 수 없지만 저 애는 푸딩을 보는 것이 그 하늘이었으니까.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보이는 건 달랐으니까.
물고기.
이젠 물고기는 없어.
물고기가 사라진 건 매우 오래 전 이야기다. 세상은 말랐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개조 했다. 신소재가 모든 공백을 메꾸었다. 켜켜이 쌓여 단단한 금속이 되기도 했고, 얇게 나뉘어 부드러운 비단이 되기도 했다. 물은 사라져서 사람들은 벽 속으로 이주했다. 아직 물이 남아있는 곳으로. 우리가 먹는 것은 인공적으로 생긴 물이었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알 수 없다. 마치 지금의 삶처럼. 언제 이 세계가 망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점점 떠나는 중이었다. 벽 안 다른 세계로 간 사람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된다고 하더라도 다 검열을 통해 불법 출입자를 막았다. 그래서 남이 훔쳐보는 연락은 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할 사람도 없었고. 가족들과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겠다고 했을 때 나는 남는다는 결정이 매우 쉽게 내려졌다. 나는 그 인공의 파라다이스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이 삭막하고 희망없는 디스토피아에 남고 싶었다.
나도 여기 있을래.
하지만 너의 선택은 의외였다. 너는 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는데, 그것을 거절했다. 너는 가서도 제법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엉뚱한 생각은 나같은 사람의 상상 이상을 뽑아냈고 그것은 발명이라는, 아이디어라는 이름으로 취급되었다. 네 상상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너는 대기하지 않아도 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남은 기대층이 되었다.
나 때문이야?
아니. 영원한 건 없기 때문이야.
그 파라다이스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해서?
아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 무너지지 않을거야.
떠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으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는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 항상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모든 것이 확률이고 알 수 없다,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대답이 영원한 사랑이었다면 나는 마음이 좀 나았을까. 모르겠다. 애인으로써 좋은 말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다만 그것이 너무나도 너 다워서 안심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부로 너는 네 가족을 떠나보내고 내 집에서 살게 되었다.
물 끓는다.
커피포트에서 물을 끓여내는 너는 연금술사 같다. 인공으로 만든 물은 그렇게 끓이면 파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커피포트를 개조해 파괴되지 않되, 외부자극에 살균이 되도록 만들었다. 있는 기술이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너는 언제나 탐구자 같았다. 그런 너를 계속 보고 싶었다. 이런 세상에서 언젠간은 끝날 네 생명이, 내 생명이 아쉬워서. 나를 담는 너의 눈이 다정해서. 그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사라지니까 더 아쉬워서 남기로 했다. 나더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네가 더 그래보였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뱉어내면 너는 그것을 현실에 붙였다. 용접공 같았다. 내가 용접공을 알게 된 건 너 덕분이었다. 내가 사는 현실에는 사람 용접공이 없었다. 그냥 용접기 뿐이었다. 하지만 네 초대로 네 집에 가는 길, 사람이 용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신기해서 보고 있노라면 너는 나를 잡아 알려주었다.
남의 인생을 신기하게 보는 거 아녜요. 저 사람은 놀이공원에 전시된 게 아니라고요.
미안해요.
그렇게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데, 너는 항상 그걸 해냈다. 그런 너를 보고 싶다는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었으니 남기로 한 결정이 너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내 삶이고 내 선택이었다. 흥미 있는 것을 보고자 하는 과학자일 뿐이었는데도, 너는 그걸 알면서도, 기꺼이 자신을 관찰하도록 두었다. 가족이 떠나자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나를 챙겨주었다. 공기 마스크 공기의 남은 수치를 체크해주어서 가다가 공기가 떨어져 급히 사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었다. 그 다정함이 좋았다. 네가 전시된 것이라기보단 너는 스승같았다. 네가 잠들기 전 읽어주던 옛날 사람들 중 설리번 선생님처럼. 너는 모든 것을 살펴주고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왜 포장지를 그렇게 모아두세요?
그것이 선물 겉 포장지 같았다. 그래서 나는 포장지를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포장지가 없다면 내용물은 흩어지고 제대로 도착하지 못한다. 기대를 높이는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물건에 담은 정성스러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네가 없는 나는 그런 결함이 있는 물건일 뿐임으로, 너는 나를 감싸는 포장지 같았다. 그래서 나는 포장지를 모았고, 너는 질문 하나 없이 포장지를 모으는 나를 가만 두었다. 내가 이사를 해 올 때 한박스 가져온 포장지들을 집이 좁았지만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대신 너의 물건들 중 하나를 옥상 흙먼지 바람에 내어두었다.
저거 버려도 되는 거야?
사람을 들이면 버릴 각오도 해야지.
물품을 나와 저울질하지 않는 그 대범함이 멋졌으므로 나는 스승을 떠날 수 없었다. 그 벽 속에는 나의 스승이 갈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떠나지 않은 것은 벽 속 사람들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 사람의 가치를 재고 따져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그들. 그 안에 들어간다면 안전하겠지만, 나는 그 벽 소재에 갇혀 죽을 것이다. 뻔한 일이다.
모래바람이 심하네.
커피포트의 물을 따라 차를 내어주면 너는 평소처럼 그걸 받아마신다. 좋게 말하면 아날로그, 나쁘게 말하면 구식의 생활형태를 받아들여준다. 같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이하다는 말을 듣던 내 생활양식을, 너는 아무 말 없이 보다가 받아들인다. 그래서 너는 생각치도 못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니까. 이 점멸해가는 세상에서, 이 세상이 아니라도 선택이 모든 걸 좌우하는 인생에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모든 게 들어가는 블랙홀 같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 다른 차원의 것. 나는 어느새 그곳에 빨려들어 네가 떠나지 않길 바란다. 그곳의 삶이 더 좋을 것을 알면서도. 이기적이게도 네가 내 곁에 되도록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영원한 것이 없다지만, 그 유한함이 최소 내 생의, 내 마음의 유한한만큼 쥐어졌으면 좋겠다. 나무 의자에 마주 앉아 이렇게 매일 차를 마시고 싶다. 유한함이, 반복성이, 내 삶의 의미를 갖도록. 되도록 오래 오래. 당신과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