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hristmas

by 김짜란

리스가 줄줄이 엉켜 하나의 원을 이룬다. 그것이 퍽 우리 같아서, 마음이 좋아서 톡 건드려본다. 여전히 풀리지 않고 흔들거린다. 반사각이 달라지며 색이 달라진다. 여러 빛깔이 물든다. 나도 이러했는데.
마법 같아. 눈온다. 한마디면 다 창 밖을 보잖아. 얼마나 멋진 일이야?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같다던 내 말에 너는 마법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검은 눈이 반질반질 빛났다. 검은 눈과 하얀 눈이 얼기설기 엉켜 마음을 흔들 었다. 그것이 의식이 되어 나는 마법에 걸렸고 눈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냥 날들 중 하나야. 호들갑 떨지마.
사람들이 들뜨는 게 싫었다. 정확히는 들떠서 일을 대충하는 게 싫어서 더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게 싫어서 들뜨지 않으려 야근까지 만들어 했다.
와아- 날 위해서 와 준 거야? 고마워. 엄청 기쁘다.
하지만 너의 솔직한 말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그 기쁜 얼굴에, 내가 세운 벽은 너무 나도 하찮게 무너졌다. 다른 것이 아니라 내가 틀렸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상식은 그 미소면 무너졌다. 그러자니 싫을 것이 없었다.
딸기! 딸기
자박자박 씹히는 씨가 싫어 거리를 두던 딸기도 좋아졌다. 어느새 그 씨를 가만 들 여다보면서 뭐가 더 빨간가, 뭐가 덜 물렀나, 뭐가 더 단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 딸기를 소중히 품고 집에 와 시원하게 두었다가 퇴근하는 너에게 안겨주는 것이 즐거 웠다. 시원하다며 최고라며 안기는 온기가 좋아서 더욱 일찍 딸기를 사 밖에다 두고 싶어졌다.
안아-
힘든 날이면 너는 금방 눈치를 했었다. 티가 안난다고 하던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알아채는 걸까. 사랑이란 그런 거야 하고 웃곤 했는데, 나도 눈치가 빠르다며 사랑을 느끼던 너는 나를 안아줬었다. 우리의 인생이 가시적으로 합쳐지는 것 같아 안고 있는 게 좋았다. 너는 내 편이고 나는 네 편인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저서 안고 있는 것이 좋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행복했다. 불편한 건 누구보다 싫었는데 기꺼이 불편하고 싶었다. 아니 불편함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즐거웠다.
사랑해.
언제나 반짝반짝해서 담기고 싶었다. 원래 나는 조명을 받는 것 따원 그닥 관심이 없었다. 물론 사람이니 명예욕도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해내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남들이 알던 모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달랐다. 네 눈이. 힘이, 인생이 반짝거려서, 그 빛에 담기고 싶었다. 네가 알아줬으면 했다. 내가 노력한 것을, 내 마음을, 내 인생을. 그런 곳에 담기면 다 괜찮을 것 같았다. 위로라면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너는 그걸 충족해주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게 내 인생이 되었다. 나는 어느새 네가 물들었고, 너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거면 모든 것이 충분해진 지 오래다. 그래서 그럴까,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영원히 머물러있는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너는 떠나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니 지킬 수 없었다. 네가 없는데 무슨 앞이 있을까. 이미 나는 너에게 물들었고, 그렇기에 네가 없는 세상은 존재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너를 달고 다닌다. 눈이 내리면 창밖을 보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일찍 퇴근을 하고, 딸기를 씻어다 먹고, 너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생 각하곤 한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너와 눈을 맞추기도 하고. 너는 그렇게 내 인생에 얽혀있다. 그래서 요번년도도 메리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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