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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빈 Sep 22. 2017

화려한 입담 호흡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최고의 보디가드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의 화려한 삶은 예상치 못한 실수 한 번으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온갖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하던 그에게 과거 연인이었던 아멜리아(엘로디 융)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지명수배 1순위 최고 킬러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보호할 필요가 있는 인물 다리우스(새무얼 L 잭슨)의 보디가드가 돼 달라는 것. 마이클은 앙숙인 다리우스를 보호하는 게 탐탁치 않지만, 보디가드로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결국 일을 맡는다.


 주인공 두 명이 보디가드와 킬러라는 점에서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로드무비·버디무비 형식의 성장물이며, 여기에 '멘토-멘티' 설정도 슬쩍 끼워넣었다.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인물, 이성적리고 합리적인 보디가드와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킬러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느냐가 사실상 이 작품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투닥거리지만, 낭만적인 사랑을 이어가는 연장자 다리우스가 사랑에 실패한 마이클에게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라'며 일종의 사랑학개론을 설파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건 라이언 레이놀즈와 새무얼 L 잭슨의 호흡이다. 잭슨이 수많은 작품에서 다수의 배우들과 얼마나 좋은 연기를 완성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대사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분야에서 그는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 레이놀즈 또한 전작인 '데드풀'에서 화려한 입담을 선보인 적 있다. 레이놀즈는 그 연장선상에서 잭슨과 시종일관 빠르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만든다. 캐릭터 성격 차이에 따른 상황별 대처 방식 차이가 유머 포인트이기도 한데, 설정 자체는 전형적이지만 두 배우의 연기 덕분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상보다 화끈하게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 장면이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보트까지 동원한 이 시퀀스는 결코 창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암스테르담의 독특한 공간들을 추격전과 결합한 건 충분히 인상적이다. 다만 대부분 액션 장면이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 영화만이 가진 액션이 없다는 건 단점이다. 어느 정도 결말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액션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마저 부족하다는 것 또한 영화의 재미를 반감한다.


 장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 모든 장점을 잡아먹는 큰 단점들을 가진 작품이다. 한 마디로 뻔하고, 구식이다. 상반된 캐릭터의 두 주인공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 과정에 어떤 새로운 요소도 없이 극을 전진시키는 건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한다. '본능적으로 행동하라'는 다리우스의 메시지에는 설득력 대신 무모함만 보일 뿐이다. 개리 올드먼·살마 아예크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도구적으로 쓰고 버리는 연출을 지지할 수는 없다.


(글) 손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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