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정빈 Nov 28. 2017

귀한 시도, 흔한 연출

영화 '반드시 잡는다'

 '심덕수'(백윤식)는 아리동에서 평생을 산 동네 토박이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월세를 받으며 홀로 살아가는 그는 세가 밀리는 꼴을 못보는 꼬장꼬장한 노인이이기도 하다. 동네에서 자꾸 나이 든 사람이 죽어나가는 흉흉한 분위기 속에 심덕수의 세입자 중 한 명인 '최씨'(손종학)마저 의문의 자살을 하고, 덕수는 월세를 독촉해 최씨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최씨의 지인이라는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나타나고, 최씨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며 함께 수사에 나설 것을 강요한다.


 백윤식·성동일·천호진·배종옥…. 넷 중 가장 어린 배우가 1967년생 성동일이다. 네 배우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230, 평균 나이 57.5세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는 중년의 네 배우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이런 시도는 최근 한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역대 어떤 한국 영화를 찾아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흥행이 어떤 성취보다 중요한 시대에 이 영화는 분명 용기있는 도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시도와 도전만으로 영화 한 편이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좋은 시도와 영화의 완성도는 별개다. 중년 배우들을 내세운 '반드시 잡는다'의 겉모습은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는 듯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최근 한국영화계가 반복해서 내놓은 흔한 장르물의 좋지 않은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다(김혜수가 주연한 '미옥'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것만 빼면, 버디영화로서 두 인물의 캐릭터는 개성이 거의 보이지 않고, 수사물로서 이야기 구조는 너무 허술하고 관습적이어서 실망스럽다. 네 배우는 열연하지만, 이들은 다른 작품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반드시 잡는다'는 작가 제피가루가 2010년 내놓은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영화화했다. 원작은 정교하지 않지만, 살아숨쉬는 캐릭터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완급 조절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이 노인이라는 것을 활용한 일부 장면은 다른 스릴러에서 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에는 웹툰의 이러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각색도 없다. 만화 속 일부 핵심 이미지와 설정을 영상화해 이어붙여가며 단순 요약하는 데서 나아가지 못하다보니 최소한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노인들의 외로운 삶과 그들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은 원작이 담고 있는 메시지 중 하나일텐데, 이 부분 또한 형식적인 표현에 그친다.


 과감한 캐스팅과는 별개로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 작품의 최대 단점이다. 백윤식·성동일·천호진·배종옥 등은 모두 긴 연기 경력 동안 뛰어난 연기력을 이미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들은 안정적이면서도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만 이들의 개성이 좋은 호흡으로 어우러졌다고 할 수는 없다. 시종일관 각자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김홍선 감독이 배우들의 연기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 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하게 한다. 배종옥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모되는 건 낭비에 가깝다.


(글) 손정빈 뉴시스 영화담당 기자


작가의 이전글 클래식과 시대착오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