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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빈 Apr 14. 2020

볼 수밖에 없는 '베터 콜 사울'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또 진화한 '브레이킹 배드' 제작진의 연출력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시리즈가 '역대 최고 드라마'로 상찬받는 이유는 다른 드라마와 다른 길을 갔기 때문이다.


'시즌이 계속 될수록 연출력이 향상된다!'


국내에 미드 열풍을 불러왔던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얼마나 한심한 작품이 됐는지, '왕좌의 게임'이 시즌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 수억명 시청자를 얼마나 실망시켰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나.

브레이킹 배드 시즌5의 한 장면.

반면 '브레이킹 배드'는 시즌1보다는 시즌2가 더 뛰어나다나는 평을 받았고, 시즌2보다는 시즌3, 시즌3보다는 시즌4, 시즌4보다는 시즌5의 완성도를 더 인정받았다. 한 마디로 말해 갈수록 잘 만들었다는 것. 시즌5의 메틸아민 도난 장면의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고, 아이젠버그가 마지막 미션을 성공시키는 장면의 비장함과 통렬함은 말해 뭐할까. 


그러니까 이런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한 게 현재 시즌5로 이어진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 시리즈라서 애초에 이 작품에 대한 우려 같은 건 없었다. 얼마나 재밌을까, 이런 생각만 했다고 해야 하나.


시즌5를 보고 있는 요새 이들 제작진이 정말 뛰어난 창작자라고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건 '브레이킹 배드'에서 '베터 콜 사울'로 이어지면서 드라마 한 회 한 회를 구성하고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쉴 새 없이 업그레이드 된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점이 너무 많지만, 시즌5에서 주목해야 할 연출 한 가지를 꼽자면 '시청자 궁금증 유발'이다.


가령 14일에 공개된 시즌5 6회는 우리의 주인공 '지미 맥길, 사울 굿맨'이 영상 제작을 기획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시청자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가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이며 이게 어떻게 사용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당연히 시청자는 그 일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1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랬다.


다른 회차도 마찬가지다. 4회에서 사울 굿맨은 골동품 상점에서 오래된 볼링공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시청자는 그가 왜 볼링공을 샀는지 그 회차 내내 궁리하게 된다.


4회는 또 다른 인물인 마이크가 갑작스럽게 외딴 집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시청자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5회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연출은 '브레이킹 배드'에도 있었다. 앞서 메틸아민 도난 장면을 언급했는데, 그 에피소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이 작품은 자전거를 타고 사막을 달리는 한 소년의 모습으로 해당 회를 시작한다. 뜬금 없는 오프닝으로 볼 수 있으나 이 소년이 몰고올 파장은 '브레이킹 배드' 작품 전체 방향을 바꿔놓는 단초가 된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해가는 것, 이들은 '드라마'(drama)를 만들 줄 안다.


아무튼 뭐 이런 식이다. 뜬금없는 시작과 궁금증 유발, 예상 밖을 벗어나는 전개, 예상을 벗어난 행동의 대가. '베터 콜 사울' 시즌5의 6회는 한 소녀와 엄마가 다투는 장면이 오프닝 시퀀스인데, 사울 굿맨과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또 어떻게 그와 엮이게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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