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흑단 호수 숲의 늑대 왕

30화 흑단 호수 숲의 위험

by 태수련

그리셀다는, 자신에게 위험한 일이 닥치면 그걸 예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했다. 맞추는 확률도 아주 높았다.

사람 사냥꾼을 피했던 날 이후, 요아힘은 다시 마차를 몰고 이번에는 산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길 양쪽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이었고, 날은 저물어가는 중이었다.

길도 험한 상황이라, 요아힘은 힘들게 마차를 몰고 있었다. 그때 짐칸에 있던 그리셀다가 요아힘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멈춰!!”

요아힘과 마차를 몰던 말도 그 소리에 놀랐다. 마차는 멈췄다. 안 그래도 힘든 길을 가는 중인 데다, 말을 놀라게 한 것에 화가 난 요아힘이 짐칸 쪽을 돌아보는데, 그리셀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늑대 무리야... 굶주린 놈들이... 더 이상 가면 안 돼...”

순간 놀란 요아힘은 고개를 돌려 앞쪽을 유심히 보았다. 뭐 딱히 눈에 보이는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리셀다가 저런 상태일 때 한 말은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요아힘은 마차를 세우고 잠시 기다렸다.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앞쪽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굶주린 늑대는 정말로 위험하다. 이놈들한테 쫓기기 시작하면 살아날 방법은 없다. 요아힘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날카로운 늑대의 이빨을 떠올리며 길에 마차를 세워두고 그날은 거기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요아힘은 세워둔 마차 뒤쪽에서 다른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두 마차는 나란히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가다 보니, 흙더미에 늑대 발자국이 가득 찍혀있는 곳이 나왔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7마리 이상은 되어 보였다.

요아힘과 다른 마차의 주인은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에 그리셀다의 말을 무시하고 어제 그 시각에 이곳을 지나갔더라면, 늑대에게 먹혀 시체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리셀다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요아힘은 거추장스럽지만 계속 그녀를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물론, 그 ‘입구’란 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그녀의 얘기도 잊지 않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한 번 굉장한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행상을 접고 성을 한 채 사서 예쁜 여자들을 잔뜩 불러 모아놓은 다음 매일 질펀하게 놀면서 여생을 보내는 거지.

품속 깊이 넣어둔 황금꽃을 수시로 만져보면서, 요아힘은 단꿈에 젖었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서, 그리셀다가 예지몽을 꾼 거였다.

요아힘과 그리셀다는 행상 도중 근처에 여관을 찾을 수 없어 대충 빈 집으로 보이는 어느 오두막집에 들어와 있었다. 참으로 좁은 오두막집이었다. 이 좁은 집에서 팔짱을 끼고 앉은 요아힘은 그리셀다의 ‘예지몽’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셀다의 예감이 잘 맞는다는 것은 그도 지금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니콘의 뿔’이라면, 만약에 손에 넣는다면 성을 사겠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뿔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위험했다.

“그 흑단 호수 숲이라는 곳, 난 가본 적이 없지만...”

요아힘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꺼냈다.

“죄다 건너 건너 들은 얘기이기는 해. 하지만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얘기였어. 일단, 들어간 다음에 살아서 나온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

그리셀다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셀다의 그 얼굴이 되려 무서움을 더했지만, 요아힘은 말을 계속했다.

“뭐 위험한 곳인지 모르고 숲에 발을 들이는 일이 가끔 있기는 하다고 했어. 그런 경우에 뭔가 일이 터지기 전에 얼른 숲에서 빠져나오면 목숨을 건진다고 하더군. 그 숲에 관해 떠도는 얘기 대부분이 이렇게 무사히 나온 사람들이 전해준 얘기고.”

“그럼, 만약에 얼른 나오지 못한다면?”

“죄다 죽는데.”

요아힘이 힘주어 말했다. 그리셀다의 쭈글쭈글한 얼굴이 살짝 새파래지는 것이 요아힘의 눈에 들어왔다.

“숲 속 사방팔방에 위험한 동물들 천지라고 하더라고. 곰에다가 여우에다가... 그리고 그런 짐승들이, 크기가 하나 같이 엄청나다고 해. 우리가 다른 숲에서 본 동물들하고는 천지차이라더군. 집채만 한 동물들도 예사로 볼 수 있다더라고.”

야생동물은 원래 위험하지만, 크기가 집채만 하다니... 그리셀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요아힘이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그런 짐승들 중에 가장 두려운 놈들이... 늑대. 숲을 다스리는 엄청나게 큰 늑대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대장 늑대한테 아들들이 있대. 모두 합해서 열 마리라던가 열두 마리라던가... 아무튼, 그놈들이 숲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먹어치운다더라고.”

“그 늑대들도 집채만 한가?”

“아니, 더 큰 놈들도 있대. 지난번에 갔던 마을의 교회 기억나지? 그 건물만 한 놈이 숲에서 산다고 해.”

원 세상에. 그리셀다는 오한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요아힘은 기억나는 부분을 계속 얘기했다.

“가끔은 그 아들 늑대들이 먹어치우고 남은 시신을 숲 가장자리 나무에 걸어둘 때도 있대. 이 숲에 들어오면 모조리 이렇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오, 주님.”

“아무튼 숲에 발을 들이면 대부분 그런 식으로 죽는 거고, 가끔 죽지 않고 살아 나오는 경우는... 미쳐버렸다고 하더군.”

“... 세상에.”

“사지가 멀쩡하고 몸에 상처도 없었는데,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렸다고 했어. 그래서 숲을 나온 뒤로는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죽는다고 하더군.”

듣기만 해도 살벌한 얘기들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유니콘의 뿔을 손에 넣기 위해 지금부터 찾아갈 그 숲에서, 뿔을 발견할 수 있고 또 살아 나올 수 있을까?

그 침묵을 깨고, 그리셀다가 말을 꺼냈다.

“... 하지만 내가 이제 살날이 뭐 얼마나 남아있겠어.”

“그건 당신 사정이고! 난 아직 못해본 일이 많아!!”

“그렇다면 더욱 여기에 걸어보는 것도 괜찮잖아. 뿔을 손에 넣으면 자네가 못해본 일을 다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리셀다가 눈을 찡긋했다. 흠, 그건 사실이었다. 요아힘은 미녀들이 모여 사는 성의 성주가 된 상상을 하자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결국, 두 사람은 흑단 호수 숲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 후에, 두 사람은 흑단 숲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2인조로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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