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그리셀다가 가진 능력
‘황금꽃’의 힘이 너무 강렬했다.
그리셀다는 ‘황금꽃’이라고 부르고, 요아힘은 ‘얼음 보석’이라고 부르는 보물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것이 문제였다. 요아힘은 그리셀다와 동행하게 된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기 시작했다.
‘황금꽃’이 손재주 좋은 녀석이 대충 눈속임으로 만든 그런 물건이 아니라, /통로/의 입구에서 그리셀다가 가져온 보물이며 이 보물 덕분에 큰돈을 벌어들이게 된 것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로, 요아힘은 그리셀다가 늘어놓은 과거사를 믿었고 그녀가 /통로/에 들어갔다 올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믿게 되었다. 무엇보다, /통로/의 존재를 알고 그곳을 눈으로 봤다는 데서 결정적으로 그녀를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통로/라는 곳을 그리셀다가 자주 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일단, 그리셀다의 말에 의하면 /통로/로 가는 입구는 지극히 드물게 열린다고 했다.
“사방 천지의 모든 요인들이 맞아떨어질 때! 그때 입구가 열리는 걸 느낄 수 있어.”
“... 그래서 언제쯤 열리는 건데?”
“그거야 난 모르지.”
“... 모른다고...?”
“뭐, 주님이나 천사님 같은 분들이 조화를 부리기 시작하면, 내가 꿈을 통해 열린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정도야. 언제 열리는지, 어디서 열리는지 그건 난 몰라. 세상천지 누구도 몰라.”
... 그렇다면, 그 입구로 들어가서 수시로 ‘황금꽃’ 같은 보물을 가져올 수 없다는 얘기였다.
여기서 요아힘은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이봐, 그리셀다. 솔직히 말해주겠어?”
“오, 뭐든 물어봐.”
“당신 그 입구라는 곳에... 몇 번 갔다 왔어?”
“아하.”
그리셀다는 이가 몇 군데 빠져나간 치열을 드러내며 히죽 웃더니 대답했다.
“딱 한 번.”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요아힘은 지금 가고 있는 목적지에 다다르면, 그리셀다를 기절시킨 다음 그 근처 어디 숲에다 버리고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 지난번에 처음 만났을 때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 생각을 하는 요아힘의 귀에 그리셀다의 거친 목소리가 꽂혔다.
“지난번처럼 도랑에다 날 버릴 생각은 말라고. 내가 이래 봬도 힘이 세다는 건 알지?”
요아힘은 마부석 옆에 앉은 그녀를 곁눈질로 보았다. 그리셀다는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천사님이 외롭게 살던 나한테 동료를 한 명 붙여주신 거 같아. 아귀가 딱딱 맞는 동료지. 당신은 신망 있는 장사꾼이고, 난 영력이 발달한 마법사고. 같이 다니면서 얻을 게 많을 거 같아. 잘 지내보자고, 동지!”
그 ‘황금꽃’이 내 발모가지를 제대로 잡아버렸어... 요아힘은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요아힘은 여러 번 그리셀다를 자신한테서 떼어놓으려고 했다. ‘황금꽃’ 같은 보물이 또 나오지 않는 이상, 그녀를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리셀다는 요아힘에게 들러붙어 있을 이유가 아주 많았다.
일단, 요아힘은 어쨌든 남성이었으므로 함께 다니면 비교적 안전했다. 그리셀다는 어린 시절에 마주쳤던 그 노상 강도단을 비롯해서 위험한 무리들과 가끔은 마주칠 수밖에 없었는데, 튼튼한 남자와 함께 있으면 확실히 위험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요아힘이 사방을 돌아다니는 행상, 그것도 사람들의 신뢰를 얻은 장사꾼이라는 것도 그리셀다에게는 이득이었다. 요아힘이 행상을 위해 이곳저곳의 마을에 들러 마차를 세워놓으면, 그녀도 근처에서 가판대를 늘어놓고 손님들을 불렀다. 그녀는 모인 사람들에게 해몽을 해주고 점을 쳐주었다.
정직한 장사꾼 요아힘이 데리고 다니는 점술사 그리셀다.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에게 붙은 이름이었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점술로 돈을 벌려면 요아힘의 마차에 얻어 타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었다. 그리셀다는 그런 점을 잘 알고, 요아힘의 마음과 달리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리셀다의 입장이었고, 요아힘은 이 노파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무런 장점이 없었다. 왜 내가 이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꼬질꼬질한 외모의 노파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걸까... 덧붙여서 힘이 센 데다 먹는 양도 어마어마하던데... 언젠가 그 ‘입구’가 열린다면, 거기서 값진 보물 하나만 슬쩍 가져오고 대신에 이 할망구를 던져 넣어놓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요아힘은 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리셀다에게는 뜻밖의 재주가 있었다.
“오늘은 이쯤 해서 더 나가지 않는 게 좋아.”
어느 마을에서 장사를 마친 후였다. 그리셀다가 요아힘에게 말했다. 요아힘은 아직 날이 밝아 바로 가까이의 다른 마을에도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리셀다가 그를 말렸다.
“무슨 말이야, 움직이기 싫어서 그래?”
“무슨 소리! 위험해서 그런 거야.”
그리셀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허공을 살짝 올려다보더니, 몸을 부르르 떤 다음 꿈을 꾸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바로 가까이에 와 있다고... 행상을 위장한... 사람 사냥꾼 놈들이...”
...!! 사람 사냥꾼이라면, 노상 강도단 이상으로 위험한 놈들이다. 요아힘은 그 말에 놀라 그리셀다 쪽을 보았는데, 그녀가 멍한 눈빛으로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근처야... 가까이 와 있어... 그러니까 위험한...”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요아힘은 어쩐지 이 말을 무시해서는 안될 거 같아 그날은 그대로 그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요아힘은 마을 사람들에게서 밤중에 사람 사냥꾼들이 이 마을을 찾아와 마을 외곽에 있던 집을 습격했으며, 그 집의 남편을 죽이고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납치해 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셀다의 말이 맞았다.
그 후에 요아힘은 그리셀다가, 다소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예감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