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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2. 2016

영화와 현실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디지털 경제 혁명가들을 양성하자.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1524


영화와 현실을 가로막는 진짜 장벽은?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의 주인공은 2015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고교생 마티 맥플라이와 괴짜 과학자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을 타고 2015년에 왔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얼마나 현실화됐을까? 


날아다니는 자동차, 쓰레기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 초 단위 일기예보, 몸에 맞춰 크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옷, 날아다니는 스케이트보드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거나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동으로 끈을 묶어주는 신발, 3D 영화, 무인식당, 다채널 텔레비전, 영상통화, 전자안경, 인공장기, 조리하면 크기가 커지는 피자는 현실화됐다. 아직 실현하지 못한 기술도 몇 년 내 현실이 될 것이다. 근래 정보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듯하다.


모바일은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는 온라인 은행을 설립해 핀테크 선두주자인 알리바바를 맹추격 중이다. 호주 뉴사우스대 과학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큐비트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 구글은 기계학습 시스템인 ‘텐서플로우’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집단지성을 통해 더 나은 기술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구글은 몇 달 전부터 검색엔진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자의 요구에 더 정확히 대응하려고 한다. 


모바일 기기의 매출은 급증하는데 올해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99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 이제 곧 가정에서 PC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컴퓨터 제조업도 분명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1~2년 내 전기자동차와 무인자동차의 출시를 공언하고 있고, 구글은 2017년에 무인자동차를 팔 계획이다. 미래학자들은 10년 후 사람에 의한 운전이 금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페이팔을 창업해 번 돈으로 스페이스X를 세운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진출하기 위해 계속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


신기술 발전 이끌어낼 절박함 없어


국내 상황은 어떠한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산업마다 규제가 층층이 얽혀 있다. 그 결과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온·오프라인 융합산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산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각종 규제는 오프라인 산업을 보호해 온라인 산업으로 진출할 만큼 충분한 절박함을 주지 못한다. 온라인 산업이 오프라인 산업을 묶어 O2O(Online to Offline)를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처 간 업권 분리로 융합정책을 힘있게 실행하지 못하고, 국회는 전문성 부족으로 전통 산업과 온라인 산업, 신기술의 발전을 묶어낼 정부조직 개편과 법률 융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 간 불균형으로 나타난다. 수많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벤처기업)이 등장한 미국은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고,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내수시장과 공산당의 후원으로 세계 인터넷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경제 재편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이 축에 끼지 못한 경제권 국가의 쇠퇴가 함께 진행될 것이다.


이쯤에서 소설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이야기를 각색해 본다. 주인공 소년은 우유배달견 파트라슈가 끄는 손수레로 우유를 배달한다. 손수레로 우유를 배달하는 평화로운 마을에 자본으로 무장한 신사업자가 나타나 스쿠터로 우유를 배달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속도경쟁에 밀렸고, 스쿠터를 살 돈도 없다. 


곧 스쿠터를 갖춘 다른 우유배달업자가 등장해 마을 집집마다 우유를 배달한다. 그러자 한 배달업자가 큰 트럭을 사서 한 번에 많은 집에 우유를 배달하기 시작한다. 이내 스쿠터가 망하기 시작한다. 소년의 손수레는 이미 퇴출당한 지 오래다. 트럭배달업자가 마을에 우유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어느 날 소문을 듣고 다른 트럭이 나타난다. 이제 트럭들은 과속주행을 하며 우유를 배달한다. 마을에 인구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손수레가 마을을 돌며 우유를 배달하던 시절의 평화는 사라지고 트럭이 서로 자기 구역을 주장하며 싸우기 일쑤다. 우유배달업자는 과거의 향수를 떠올릴 틈도 없이 문명이 몰고 온 무한경쟁에 시달린다. 


이 이야기는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들고 온라인 산업을 장악해 가는 실리콘밸리와 중국기업들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이메일을 시작으로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O2O 현상이 시작됐다. 온라인을 장악한 거인이 음악산업을 휩쓸고 간 이후 게임, 뉴스, 출판업을 복속시켜 왔고, 모바일 시대가 되자 숙박, 운수에 이어 금융, 자동차, 의료산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O2O는 전통 산업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던 사업자의 매출을 빼앗고 온.오프 간 갈등을 불러온다. 프랑스에서 우버에 반대하며 우버 차량을 불태웠던 택시기사의 시위는 이런 온.오프 갈등의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국토교통부가 우버를 불법여객운수사업으로 고발한 데 이어 국회가 여객운수자동차사업법을 개정해 우버를 명백히 불법으로 만들어 퇴출했다.


급변하는 산업문명에서 국익을 지키고 국가의 정보주권과 정보인권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전통산업과 온라인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규제 혁신과 함께, 소프트웨어와 창업기업을 잉태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필자는 다시금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기술이 세상을 이렇게 급속도로 변화시키는 시대는 없었다.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오래된 과거의 유산을 기반으로 미래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산업을 장악해 나가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이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몰락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낡은 규제를 혁신해 온.오프라인 융합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낡은 규제 혁신 선행돼야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행복하게 할지, 특정 국가나 지역이 O2O를 독점해 새로운 국제 분쟁의 씨앗이 될지는 인류의 지혜로운 노력에 달려 있다. 자본의 욕망 때문에 빈부 갈등이 극대화돼 수많은 피를 흘린 역사를 반복한 결과, 현재 선진국 대부분은 자본의 논리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기술의 발전을 따라잡고, 혁신형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해 세계적인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과 걸림돌 역할을 하는 전통적 규제를 파괴적으로 혁신해야 할 시점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32호(2015년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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