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5. 2016

규제와 혁신 사이 ‘정보 주권’은 어디로

해외 인터넷 기업 승리할수록 국내 정보 유출 심화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720

규제와 혁신 사이 ‘정보 주권’은 어디로


최근 모바일 기기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내 규제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규제의 역차별 문제도 발생한다. 이메일 망명부터 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망명, 클라우드 서비스 망명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해외 서비스를 이용해 국내 규제를 피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보가 해외에 저장되므로 물리적으로 국내에는 정보가 비게 되는 ‘정보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 동해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과 연결되는 우리 기간통신망이 오히려 정보 안보의 취약점이 되고 있다. 해외에 민간의 주요 정보가 산재하는 상황이 인터넷 기업 경쟁의 패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보 주권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A기업이 해외 서비스 기업을 통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회사 업무 시스템(그룹웨어)을 이용할 경우 그 기업의 모든 정보는 해외에 저장된다. 만일 해당국이 자국에 저장되는 정보에 관할권을 행사하고 그 내용을 들여다본다면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몇몇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현상이 강하다. 


인터넷 역기능, 청소년 보호,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국내 규제를 증폭시킨 결과, 2000년대 이후 창업한 인터넷 기업 중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거의 없다.(다음카카오의 경우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합병한 사례)정보공동화 현상을 통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몰락은 무엇보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강화해 온 각종 미시적 규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감청영장집행 협조에 반발해 해외망명이 발생했다. 또 해외 이메일 계정을 이용하는 현상 등은 우리나라의 합리적 법 집행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또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한 소프트웨어(SW) 인력의 홀대가 낳은 공대 기피현상은 우리나라 SW 산업의 침체를 초래했고, 1990년대 창업한 포털 사이트 몇 개를 빼고는 쓸만한 인터넷 서비스가 별로 없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


렌딩클럽 홈페이지

올해 초 발생한 우버 택시 형사 처벌 사태만 해도 그렇다. 우버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자가용 택시 호출 서비스로 쉽고 편리함으로 이용자를 급속도로 늘려갔다. 그러나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우버가 운수사업법, 위치정보법 등 국내 규제를 위반했다고 압박했고, 검찰은 우버 본사 사장을 기소함으로써 우버의 영업중단을 이끌어냈다. 수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는 업체도 한국의 강한 규제 앞에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는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인터넷 서비스 거인들이 오프라인 시장의 온라인화를 주도하는 현상이다. 음악, 출판, 언론, 게임, 방송을 장악해 나가는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은 이제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인 운수, 금융, 자동차, 의료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P2P(Peer to Peer) 대출 서비스는 인터넷 소셜 플랫폼을 통해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체계보다 우수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활용해 보다 안전하게 대출자와 대여자를 연결하고 있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기존 법률사무소와 달리 고객과 변호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드론과 결합한 배송서비스는 신속한 배달서비스로 택배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혹은 운송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자동차 서비스 분야는 이용자를 운전자의 지위에서 미디어나 광고 정보 소비자의 지위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묶여 국내에서 오프라인 기업들에 고전하고 있을 때 해외에서는 적극적인 규제 혁신으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글로벌 강자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며 스타트업의 투자자가 되고,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주식의 시장공개(IPO)를 통해 기술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시 이들 기업의 창업주는 새로운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투자자가 된다. 미국 정부는 6개월 만에 증권거래소 규정을 새로 만들어 렌딩클럽과 같은 P2P 대출 기업을 양성화하고, 우버 등 새로운 운송서비스 업체들과 협력해 항공 운송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하게 하는 등 기존 전통 산업시장을 적극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시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 결과는 물론 미국기업의 세계시장 장악이다. 2008년 실업률 10%로 큰 경제위기를 겪은 미국은 이제 고용률이 증가해 이자율 상승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의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국내 금융회사들은 강한 규제의 온실 속에서 자라왔다. 핀테크는 소비자가 국경을 넘어 금융서비스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대출희망자가 페이스북 계정 이용실적을 바탕으로 친구관계, 인맥 정보 등 소셜 스코어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미국의 렌딩클럽 등 P2P 업체로부터 10만 달러를 대출받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다시 이 돈을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로 환전해 한국에서 소비하거나 영국의 트렌스퍼와이즈(Transferwise)와 같은 국제송금서비스 업체를 이용해 국내 화폐로 소비할 수 있다. 이자와 원금은 그 반대 방법으로 상환한다. 중국 관광객은 서울 명동에서 중국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간편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이용해 상품을 구입하고 결제한다. 한국의 결제대행업체는 중국 관광객의 소비에 따른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규제 혁신 통해 토종 기업 키워야

이제 금융소비자가 은행을 바꾸고, 국경의 장벽을 넘어 대출도 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IT가 가져올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 약화를 간파하고 급히 핀테크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수립 이후 여신, 수신, 투자 중개, 보험 등 각 금융산업에서 그물망처럼 발전시켜 온 수 많은 규제를 일거에 풀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인.허가를 받아 사업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기득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IT업체를 새로운 금융회사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신구 업체 간 발생한 갈등은 또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O2O의 물결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정보 쇄국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규제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양성해 나갈 것인가.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소중한 정보가 우리나라에 남을 것인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인가라는 정보주권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는데 150년이 걸렸다. 미래 한국의 정보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본 기사는 테크M 제25호(2015년5월)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저용 드론에 맞는 허용규칙 만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