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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울기a Apr 06. 2024

맹목적으로 하는 게 정답일 때도 있어

차장님의 조언 EP03

(한창 부서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당시)     


차장님


내가 어제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 방송하는 걸 봤거든. 프로게이머가 강의해주는 걸 봤는데, 이영호가 말하길 그냥 토달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 하래. 왜 지금 마린을 뽑아야 하고, 왜 건물을 여기에 지어야 하는지, 왜 지금 공격을 가야 하는지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자기 따라만 하라는 거야. 그냥 마린 1부대일 때 공격 가라고 말하면 그냥 좀 가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도 그럴 때가 있나 봐.

  



생각해보면 모든 것들이 그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것만 해야할 때가 있는 거지. 골프도 그렇거든. 처음에는 FM으로 배워. 정석 자세를 배워서 똑딱이 연습부터 계속 가르쳐주는대로 배우고 그대로 연습해.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생각을 하게 되거든.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까? 채를 조금 뉘어서 쳐볼까? 한 발짝 뒤에서 쳐볼까? 그리고는 생각한 대로 바꿔서 해보는 거야. 그러면 또 그날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잘 맞는 날이 있어. 이제 그때부터는 점점 정석이 아닌 내 생각, 내 감으로 치게 되는 거지. 그렇게 점차 정석으로 배웠던 자세를 서서히 까먹게 되고 점점 그날의 느낌과 감에 의존하게 돼. 당연히 매번 치는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는 결국 어느 날부터는 잘 안돼. 실력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기복도 굉장히 심할 수밖에 없으니까.     



모든 일에는 생각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무작정 해야하는 그런 시기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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