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6. 한달에 1톤 생산

귀농. 돌아보니, 내 마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by 태공

상황이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게 아니라,

내 마음가짐이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5백만 원으로 시작하려던 농사가

시설만 5천만 원 투자를 하게되고,

1천만 원의 사기와 함께

믿었던 동료의 배신까지 겪었어요.

결국 혼자 하우스에 남겨졌고,

굼벵이 사육은 홀로 해야했지요.


퇴직금은 이미 바닥났고,

집도 담보로 다시 잡아야 했어요.

그런데 마음 한편은 이상하게 기뻤어요.

‘이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거구나.’


그 당시 살아있는 굼벵이 1kg에 20만 원이었어요.

50kg만 팔아도 1천만 원인데,

제가 지은 시설은 한 달에 1톤 생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판로가 당장은 어렵더라도,

건강에도 좋고 약재로도 쓰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분명 잘 될 거라 믿었어요.

기대감 하나로 버틸 수 있었지요.


우선 굼벵이 사육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볼게요.

굼벵이는 부엽토를 먹는 풍뎅이과의 애벌레를 통칭하는 말이에요.

그중에서도 흰점박이꽃무지의 유충

식용 및 약용으로 공식 등록되어 있어요.

‘꽃벵이’라고도 불리지요.


우리 농장에서는 참나무 톱밥에 영양제와 미생물(EM)을 섞어 발효시키고,

이걸 먹이 겸 터전으로 굼벵이를 키워요.

충분히 부숙된 톱밥을 리빙박스 같은 사육상자에 넣고,

그 안에서 굼벵이들이 먹이를 먹고 성장하는 거예요.

온도, 습도, 먹이만 잘 맞춰주면 잘 자라지요.

일주일 단위로 알 분리, 성충 분리 작업이 반복되고,

그 주기를 맞춰서 계속 생산이 되게 설계했어요.

처음에는 10kg으로 시작해서

20kg, 50kg, 100kg... 금세 늘어났어요.

정말 뿌듯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굼벵이 먹이인 발효톱밥도

엄청나게 많이 필요해졌거든요.

20kg 짜리 톱밥 자루를 하루 100~200포씩 나르고, 섞고, 숙성시키고...

몸은 점점 힘들어졌고,

허리는 자주 삐끗했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났어요.


그래도 굼벵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더라고요.

처음엔 징그러웠던 녀석들이

이젠 ‘라바’처럼 정이 들어버렸어요.

하지만 결국 1톤 생산은 실패했어요.

혼자서 100kg만 해도 벅차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100kg이면 2천만 원이니까요.

충분히 좋은 시작이라 생각했어요.

‘열심히 키우자. 잘해보자.’


8개월간 상품화는 하지 않고,

한 달에 최대 200kg까지 생산을 늘렸어요.

돈은 아직 못 벌었지만,

마음속 희망이 제게 계속 동기를 주었어요.

'나는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감각.

'내가 키우는 생물이 잘 자라고 있다'는 확신.

그게 저를 버티게 했어요.


하지만, 또 하나의 벽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판로."

200kg의 굼벵이들이

어느새 그대로 재고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이제 이걸, 어떻게 팔아야 하지…?’

그때부터,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
그곳 총장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더라고요.


“꿈, 이상, 비전은 서로 다릅니다.
목표는 같을 수 있어도,
비전은 그 목표를 향해 다리를 놓고
직접 그 위를 걷는 행위 자체입니다.”


그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조금씩 이해가 돼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잘 살아가고 싶다’는 꿈.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 농사를 선택했지만,
그것도 한때는 그저 막연한 이상에 불과했지요.


막연함 속에서도
사표를 쓰고, 땅을 구하고,
시설을 짓고, 굼벵이를 키워가면서
내가 선택한 길을 한 걸음씩 걸어왔어요.

그 길 위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그 앞엔 언제나 새로운 벽이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그저 '새로운 걸 해보자'는 희망과 도전정신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본인의 이상을 향해 가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진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려 애쓰고?

응원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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