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하 최승현 변호사
성범죄 사건은 다른 사건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단 한 번의 고소만으로도 피의자는 사회적 낙인을 감당해야 하고, 직업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기도 합니다.
실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사람들의 시선과 언론의 언급만으로 삶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뢰인은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젊은 의사였습니다. 바쁜 일상 속, 지인의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술자리에서 소주 두 병을 함께 나눈 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호텔로 향했고, 합의 하에 성관계가 있었습니다. 함께 잠든 후 새벽에 깨어보니 여성은 이미 퇴실한 뒤였고, 짧은 카카오톡 메시지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연락을 이어가려 했지만, 여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기억의 혼란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의뢰인에게 도착한 것은 경찰 출석 요구서였습니다. 혐의는 준강간이었고, 인생 전체가 걸린 싸움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첫 상담 자리에서 의뢰인은 강제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성범죄 수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강력한 증거가 되곤 합니다. 기억의 공백이나 술에 취해 있던 상황이 ‘심신상실 상태’로 해석되면, 합의된 관계조차 강제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의뢰인은 인턴 의사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형사처벌이 내려진다면 전문의 과정은 물론, 의사로서의 길 전체가 막힐 수 있었습니다. 억울한 혐의와 성범죄무고의 위험성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의 동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했습니다. 마지막 술집에서 호텔까지의 이동 경로, 호텔 내부 CCTV, 대리기사 호출 내역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과 수차례 면담을 하면서 당시 나눴던 대화와 사소한 행동까지 되살려냈고, 그것을 증거의 퍼즐로 맞춰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은 의뢰인의 휴대전화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로 대리기사를 불렀습니다.
호텔 입실 장면에서 여성은 다소 비틀거리긴 했지만 스스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성관계 이후 두 사람은 함께 욕조에서 셀카를 찍었습니다.
이 모든 정황은 ‘심신상실 상태에서 강제로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확보한 증거들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며 피해자 진술의 모순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피해자의 기억 공백은 단순한 음주로 인한 착각일 수 있었고, 나아가 고의적으로 왜곡된 주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 여성의 진술이 허위였음이 드러나며 성범죄무고 혐의로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 법원은 성범죄무고를 인정해 유죄를 확정했고,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뻔했던 의뢰인의 삶은 가까스로 제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고소가 곧바로 진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억울한 사람을 성범죄 전과자로 만드는 순간, 그 역시 또 다른 피해자가 됩니다. 이번 사건은 성범죄무고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리고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억울한 상황에서 무서운 것은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증거를 하나하나 모으고 사실을 밝혀내면, 억울함은 풀릴 수 있습니다.
글에서 다 담지 못한 기록은 제 홈페이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