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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으로부터 시작하기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by 심야서점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소외된 상권을 살리고자 자영업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SBS 인기 프로그램이다. 프랜차이즈 대표이자, 요리 연구가인 백종원 씨는 신청 식당의 처해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솔루션을 제시하고, 코칭 역할을 담당한다.


프로그램 상 백종원 씨 거의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솔루션을 보면, 그는 경험적으로 복잡성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습득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백종원 씨가 자주 제시하는 솔루션 중 복잡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다.



첫 번째는 메뉴를 줄이는 것이다.


신청하는 가게들 중에는 많은 수가 감당할 수 없는 메뉴의 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손님이 원하니까, 내가 좋아하니까, 경쟁 식당이 판매하니까, 메뉴를 줄일 수 없는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메뉴를 줄이지 못한다.


백종원 씨의 생각은 다르다.


많은 메뉴를 운영할 역량이 없다면, 확실히 자신 있는 메뉴 몇 개만으로 장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다양성과 복잡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다양한 메뉴를 운영하면 그만큼 다양한 재료, 재료 손질법, 레시피, 주방 도구, 인원이 필요하다.


즉, 다양성은 복잡성의 문제를 일으킨다. 복잡성이 뭐냐고? 복잡성의 정의는 이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복잡성은 비용을 일으키는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자.


간단한 예를 들면, 동일 메뉴를 손님이 시킬 때는 메뉴를 조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메뉴를 준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반면에, 메뉴가 바뀌면 그만큼의 준비시간과 스위칭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성은 복잡성을 일으킨다.


같은 크기의 복잡성이라도 경험이 많은 요리사, 식당 인원이 충분하다면 이를 추가 비용 없이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영세한 식당의 규모라면? 그것을 감당치 못하고, 제시간에 손님이 시킨 음식을 내놓지도 못하고, 맛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백종원 씨가 메뉴를 줄이는 것이 설득 안 되는 식당에 처치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동시에 많은 손님을 투입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손님이 몰리는 상황에서 가게 주인은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평소 때 자신 있었던 요리도 제 때, 제대로 된 품질로 내놓지도 못한다. 이 모든 것이 복잡성으로 인한 문제 중 하나다.


그렇다면, 백종원 씨가 권하는 대로 메뉴를 줄이면 무엇이 좋아질까?


메뉴를 줄이면 운영해야 하는 조리법이 단순해진다. 단순해진 조리법은 반복하면서 숙달되고, 조리시간이 빨라진다. 빨리진 조리시간으로 고객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가장 맛있는 상태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식자재 관리에 있어서도 재고 관리가 간단해지기 때문에, 식자재 회전율이 올라가고, 음식을 만드는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신선한 상태의 재료는 음식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백종원 씨가 솔루션을 제공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식당의 냉장고나 창고의 식자재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장사가 잘 안되니까 식자재 재고가 쌓이고, 오래된 식자재로 손님에게 품질이 낮은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을 영원히 떠나게 된다. 다시 식자재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메뉴의 종류를 줄이는 것은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 준다.


이뿐만 아니다. 동일한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메뉴가 많으면 다양한 재료를 소량으로 주문해야 한다면, 반대로 소수의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면 규모의 경제도 얻을 수 있고, 폐기해야 하는 식자재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고객 입장에서 메뉴가 많으면 해당 식당을 기억하는 대표 이미지를 잡기 어려운다. 확실한 메뉴로 승부하면, 해당 식당을 기억하는 확실한 이미지가 각인된다. 그리고, 메뉴가 단순화되면 조리법을 표준화하기도 쉬워져서 고객에게 품질 편차가 거의 없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영원히 메뉴를 줄인 상태로 있는 게 아니다. 백종원 씨는 먼저 많은 메뉴를 정리하고, 확실히 경쟁력을 갖춘 메뉴를 소수를 운영하다가 역량이 갖춰지면 메뉴를 늘리기를 권장한다. 즉, 복잡성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역량에 맞춰서 메뉴를 유지하기를 권하는 거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적은 메뉴→조리법 단순→숙달→준비 시간 단축, 학습효과로 인한 조리시간 단축→고객 만족

적은 메뉴→적은 종류의 식자재→식자재의 신선도 향상→음식품질 향상→고객 증가→식자재의 회전율 향상→식자재의 신선도 향상


많은 메뉴로 인해서 발생하는 복잡성 > 식당이 가진 역량 → 식당의 경쟁력 감소

식당이 가진 역량 > 적은 메뉴로 인한 복잡성 → 식당의 경쟁력 증가



두 번째는 만능 양념장, 만능 간장 등 여러 요리에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양념 베이스를 만든다.


생계를 위한 요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 완성을 해야 한다. 그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그래서, 사전에 만들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재료들은 최대한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백종원 씨는 다양한 양념 베이스 등 사전 제작이 가능한 베이스를 미리 만드는 방법을 전수한다.


이렇게 베이스를 사전에 준비하면 조리하는 시간, 고객에게 요리를 제공하는 시간을 짧게 하여 맛있는 상태에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식당의 회전율을 높여서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요리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요리의 품질을 높여줄 수도 있다. 즉, 만능 양념장 같은 베이스는 누가 요리하던지 언제 요리하던지 품질의 변화가 없도록 요리를 표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것과 복잡성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장사를 위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과 같다. 그것도 취향이 다른 손님, 수가 다른 손님, 시기가 다른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와 같다. 그래서, 최대한 공통되는 부분을 늘려서 사전에 준비하여 프로젝트 시간을 줄이고, 프로젝트의 변동성을 줄이는 게 결과적으로 복잡성을 줄이게 된다.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 베이스 증가→요리마다 변동성 감소→복잡성 절감, 조리시간 감소→요리 품질 표준화→고객만족



마지막은 위 두 가지 방법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으면, 그 결과를 메뉴의 가격에 반영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일부 환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로 유치하는 기반이 된다.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도 관리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다시 미래에 투자하거나, 고객에게 제공하여 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다.


여기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복잡성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봤다.

주변에서 이와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후에는 복잡성 절감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기업의 복잡성을 절감하는 목적의 플랫폼 전략, 모듈러 디자인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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