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 그렇게 쉬울 수가 없습니다.
제목을 이렇게 멋없게 지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지만,
딱히 이보다 적합한 제목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모듈화 전략이 자동차에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 미래엔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https://young.hyundai.com/magazine/motors/detail.do?seq=18217
자동차에서 통용되는 플랫폼 개발 방식은 모듈화 전략의 특수한 형태입니다. 플랫폼이라는 다세대, 동일 세그먼트 상의 차량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플랫폼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모듈을 공용화/재사용하여 개발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기준으로 생산 라인을 설치하여 플랫폼을 바꾸지 않는 한 라인, 설비 투자비 또한 절감되는 효과를 얻는 것이죠.
플랫폼은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핵심 자산인 반면에, 플랫폼 경쟁력이 한번 뒤처지면 향후 몇 년 간은 따라잡기 어려운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향후 5년간 사용할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양산하기 위한 라인까지 만들어 놨는데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못 먹어도 고"인 셈이죠.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0911041643221
현재 자동차 라인에서는 자동차의 대부분을 만들지 않습니다. 거의 외부 협력사에서 만들어서 오는 모듈을 최종 조립하고 검증하는 총 조립 역할만 담당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사의 생산 복잡도를 낮추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겠죠. 아무래도 OEM사보다는 협력사의 인건비가 낮을 테니까요. 모듈 생산 방식은 모듈 생산 업체들이 차량의 일부 모듈을 생산하여 OEM 사에 공급하면 이렇게 공급받은 모듈을 OEM 사에서는 최종 조립하는 형태로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먼저 OEM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생산 라인을 단순화할 수 있고, 생산 라인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건 설비를 단순화하고, 인원도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자동차 라인은 작은 부품부터 커다란 새시까지 하나하나 제조하고 조립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4~5개의 생산 모듈을 공급받아서 이걸 조립하면 끝나는 거죠. 물론, 그 안에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겠지만, 과거의 라인 대비해서는 상당히 단순화할 수 있을 겁니다.
http://www.mediapen.com/news/view/354898
종전의 모듈 생산 방식은 생산 입장에서 모듈을 정의하고, 생산 관점의 활동이었다면 모듈러 디자인은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관점에서 접근한 방식입니다. 모듈 생산 방식에서의 모듈은 사실 생산 모듈이고, 인터페이스 모듈입니다. 생산 관점에서 결합된 것이고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조립은 돼야 하니까요. 반면에 모듈러 디자인은 개발 관점에서 모듈 자체가 갖는 기능이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공용화, 재사용을 목적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소개했던 플랫폼이 동일 세그먼트 상의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면, 모듈러 디자인은 플랫폼을 한 번 더 쪼갭니다. 더 작은 단위로 쪼개서 동일 세그먼트뿐만 아니라 전 세그먼트 상에서 공용화 범위를 확대합니다. 모듈러 디자인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공용화 단위를 플랫폼에서 모듈로 낮춰서 공용화 범위를 높이겠다는 겁니다.
그 목적은 원가 절감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것이 자동차 회사가 모듈러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플랫폼 개발 방식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것이 아니고, 공용화 범위를 넓힌 플랫폼을 개발한 겁니다.
http://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6405
전기차와 모듈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싶겠지만, 자동차의 전동화로 인해서 모듈화가 좀 더 접근하기 쉬워진 감이 있습니다.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품 구조가 단순화되는 것이 절대로 유리합니다. 제품 구조 자체가 복잡하면 모듈화를 적용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모듈화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건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많고, 요소들 간의 관계가 다양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전동화가 되면 상대적으로 간단해집니다. 당장 구성요소의 수도 줄어들고, 구성요소 간의 관계도 간단해집니다. 내연기관의 엔진만 봐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동화를 추구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통합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현재 전동화된 자동차의 종류가 적기도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해서 제품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합하기가 손쉬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통합 플랫폼을 모듈화 하여 다양한 차량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추가한 것이죠.
이것은 사실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의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겁니다.
테슬라처럼 처음부터 전기차를 개발하여 생산하던 업체들은 생산 공장을 전환할 필요 없이 필요에 따라서 차량의 다양성을 높이면 됩니다. 기준점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존 업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레거시들이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전동화를 도입하기에 리스크도 있고, 전환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전기차에 대한 통합 플랫폼으로 도입 비용이나 전환 비용을 최소화한 후에 확대하는 방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쉽게 생각해도 전기차 플랫폼이 다수라면 신규로 공장을 만들던지, 기존 공장을 전환하던지 해당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어쩔 수 없이 통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30417500201
이젠 사람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장 복잡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가 될 겁니다. 자동차의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가 제어할 것이고,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소프트웨어가 구현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특장점을 소프트웨어가 대표하게 될 겁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일부 편의 기능을 담당하고, 하드웨어에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결국 자동차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이전처럼 협력사에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죠. 테슬라처럼 통합 소프트웨어를 쥐기 위해서 자동차 업체들이 힘쓰고 있습니다.
없던 역량을 취하려다 보니, 역시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다양화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자체의 복잡도도 문제겠지만, 그 종류마저도 다양화되면 관리 역량 범위를 넘어서게 됩니다.
역시나 통합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통합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시계열이나 동시계열 상에 범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모듈화는 필연적입니다.
https://www.ytn.co.kr/_ln/0102_202304190534092231
https://sports.khan.co.kr/bizlife/sk_index.html?art_id=202304200948003&sec_id=563002&pt=nv
최근 새롭게 화두로 떠오르는 목적 기반의 차량은 그 자체가 모듈화 개념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상황에 따라서 차량의 형태를 바꿔서 맞춤형 대응한다는 개념 자체가 모듈화 없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자동차는 자동차 회사에서 정해놓은 기본 사양, 옵션 사양의 틀 안에서 사용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대응한다면, PBV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회사가 정해놓은 사양의 폭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어지거나 정해진 틀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다양성을 대응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 유행하는 차박 캠핑처럼 캠핑을 주로 하는 사용자는 자신의 자동차에서 캠핑에 좀 더 편리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추가로 장비를 구매하거나, 일부 개조 또는 설치를 했어야 하는데, 차량을 구매할 때부터 그런 것을 고려하여 차량을 설계, 양산화할 수도 있는 것이겠죠. 물류 전문 차량이라면 짐을 실을 공간을 최대화하고, 배송 시에는 차량 내 짐을 보호하는 기능을 탑재하는 식으로 생각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사용자 경험에 따른 다양한 자동차 형태를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객 입장에게는 자신에게 좀 더 철저히 개인화된 차량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자동차 입장에서는 부가적인 매출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 뒤처지거나, 복잡성 비용이 증가하는 리스크를 동시에 안게 됩니다.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2/06/13/CCZDFZDJ6NEJNHMT4QG5ZS3P34/
자율주행은 자동차가 하나의 시스템인데,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되는 모듈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 업체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자율주행 프로젝트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반면에, 자율주행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상용화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으니까요. 자율주행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저는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중교통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고, 고령화에 따라서 높아지는 대중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차량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건비가 올라가면 대중교통을 저비용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고, 운전을 할 수 없는 고령 인구를 위해서는 자가용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데 자율주행 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자동차 기존 업체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순 없을 것이고, 기존 차량에 추가적으로 장착하는 형태의 자율주행 모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376
지금까지는 자동차를 시스템으로 보고, 자동차를 모듈로 나누는 측면에서의 모듈화를 바라봤다면, 커넥티드는 자동차 하나하나가 하나의 모듈이 됩니다. 자동차가 주행하는 환경과 자동차들 등이 커다란 시스템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자동차는 하나의 모듈로 작동하는 것이죠.
공유 서비스도 동일합니다. 서비스 생태계 내의 자동차는 하나의 모듈로 작동을 합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모듈로 존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동차와 모듈화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기술 하나하나는 깊게 다루면 한 편의 글로는 표현 못 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 되겠지만,
여기서는 모듈화 관점에서만 살펴보았습니다.
졸저인 모듈화 전략에서 모듈화를 아래와 같은 크게 4가지 타입으로 분류했습니다.
(1) 시스템 내의 국부적인 모듈화
(2) 시스템 자체의 모듈화
(3) 시스템 외부의 모듈 추가
(4) 시스템이 하나의 모듈을 담당
위에서 다뤄본 내용을 하나하나 연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스템 내의 국부적인 모듈화: 플랫폼 개발 방식
(2) 시스템 자체의 모듈화: 모듈 생산 방식 (생산 모듈화), 모듈러 디자인 (개발 모듈화), 전기차, SDV, PBV
(3) 시스템 외부의 모듈 추가: 자율주행
(4) 시스템이 하나의 모듈을 담당: 커넥티드, 공유서비스
모듈러 디자인이든, 모듈화 전략이든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툴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것이 목적도 아니고, 목적이 되어선 안됩니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모듈화 전략을 활용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적합한 툴이 아닐 땐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