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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Sep 10. 2023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에서 다양성 관리가 필수적인 이유

기본 중에 기본이 힘들다고 안 하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전 글에서 모듈러 아키텍처,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하는 회사들이 사실은 발전된 플랫폼 전략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플랫폼 전략의 기본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에서 왜 모듈러 아키텍처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원인부터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플랫폼 전략은 복수의 모델에 공통되는 부분은 사전에 설계하고, 모델 단위에서 개발 기간이나 개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고, 공통되는 플랫폼을 기초로 생산 공정도 세팅하고, 공급망도 구축하는 데 모델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행하여 모델 단위에서는 최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초기 리스크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플랫폼 전략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모델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플랫폼의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의 공통 영역, 즉 플랫폼을 정의할 수 있는 모델들이라면 최소의 플랫폼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모델이 다양해지면 공통 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의 규모가 축소되어서 플랫폼의 효율이 떨어지거나, 플랫폼 수가 증가하여 다양한 플랫폼 종류로 인해서 복잡성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 플랫폼 효율화 작업을 하고, 플랫폼 종수를 관리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플랫폼을 한두 종 정도로 줄여서 플랫폼 당 적용 모델, 모델 생산량을 증가시키려고 한 노력이 모듈러 아키텍처 도입입니다. 기존 플랫폼 체계로는 불가능하지만, 플랫폼을 모듈로 쪼개서 일부 모듈을 변경하는 식으로 다양한 모델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해서 플랫폼을 최소로 가져가는 방식을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라고 부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듈 기반의 플랫폼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모듈 기반의 플랫폼 전략은 소수의 플랫폼으로 최대한 많은 모델과 생산량을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플랫폼을 구성하는 모듈들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을 용인하는 겁니다. 대신 모듈 간의 조합이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인터페이스 규칙을 표준화해서 준수하게 만들죠.


결론적으로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하나의 플랫폼과 다양한 종류가 있는 모듈들,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 여기서부터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듈 간 인터페이스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인터페이스의 종류가 다양하다. 사실상 모델 별 전용인 모듈이 있고, 모듈 간에서도 전용성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상 과거 다수의 플랫폼이 있던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즉, 포장지만 모듈러 아키텍처라고 씌워 놓은 기만행위입니다.   


     모듈의 종류를 파악하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기 결정을 했으면 이후에는 신규 모델 또는 계획된 모델의 사양에 따라서 모듈을 선택해서 신규 모델 개발에 착수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현재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판이 명확하지 않다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현재 정의된 모듈의 종류가 최적이 아닐 수도 있고, 앞선 인터페이스 표준화를 위해서는 최소의 모듈로 줄이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을 해야 합니다.   


     신규 모델마다 모듈의 종류가 증가하는 걸 막지 못합니다. 앞의 내용과 연결됩니다. 모듈의 종류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규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플랫폼 내 모듈 종류로 대응하지 못해서 모듈이 늘어난다면 플랫폼이 무의미해지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향후 모델 전개 계획, 포트폴리오 계획, 플랫폼 적용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플랫폼을 만드는 건 미래에서 사용하겠다는 계획 하에 진행하는 투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명확히 세워두지 않는다면, 두 가지 상황 중 하나에 처하겠죠. 사용하지 않거나, 억지로 적용하여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모듈 기반의 플랫폼 전략이든 모듈러 아키텍처 체계이든 가장 기본은 현재 다양성 (Variety)을 파악하고,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손에 익었던 플랫폼 체계 대로 활동하는 것이 낫습니다. 모듈 기반의 플랫폼 전략은 초기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듭니다. 당연하겠죠. 다양한 모델을 대상으로 하고, 모듈도 여러 종류를 만들어야 하고, 인터페이스도 표준화하고, 검증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걸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도 하지 않겠다면 굳이 힘들게 이걸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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