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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May 22. 2024

방위산업에서의 모듈러 디자인 활용

산업별로 찾아보는 모듈러 디자인 활용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기분 좋기만 한 소식이 아닌 것이 “K 방산”의 부상일 겁니다.


흔히 가성비 좋은 무기 체계라는 평가를 포함하여 한국제 무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제조강국인 대한민국의 역량과 상시 대치 중인 지정학적 위치에서 실전 배치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전면에서 주목을 끈 것은 “K 방산”의 화려한 실적과 장밋빛 미래이지만, 그로 인해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방위 산업 또한 타 제조업처럼 비용 절감을 위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방위 산업이 일반적인 제조업과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군이라는 안정적이지만 폐쇄적인 수요처가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종류의 무기 체계를 프로젝트 기반으로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양산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나서서 효율성을 높여야 할까? 타 제조업이 수행하는 경쟁력 향상 활동이 적합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에서 꾀하는 모듈러 디자인을 활용한 아키텍처 표준화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 부상한 것도 아니고, 몇 년을 지속해 온 활동이기에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기존 체질을 바꾼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우리에게는 낯선 활동이기 때문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MOSA (Modular Open System Architecture)라는 철학부터 그것을 기반으로 한 SOSA (Sensor Open System Architecture), FACE (Future Airbone Capability Environment) 등 무기 체계에서 활용할 참조 아키텍처가 왜 만들어지는 데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MOSA라는 것을 만들었고, 이것을 중심으로 참조 아키텍처를 만들어서 현장에 적용하려는 걸까요? 사실 아키텍처 별 백서를 몇 장만 넘겨도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무기 체계의 수명 주기를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모듈러 디자인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 분은 아마도 모듈화를 통해서 유지 보수성, 수리 용이성을 높여서 무기 체계의 가용성과 신뢰성을 높이려고 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하면 체계의 확장성을 높여서 시스템이 갖는 규모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도 이유가 되겠죠.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기 체계는 시스템의 시스템으로 복잡해지고 있고, 그 안에 포함되는 기술의 수명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즉, 첨단 기술이 생길 때마다 무기 체계의 발전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겁니다. 그런데, 무기 체계의 개발 속도는 일반 제품 대비하여 상당히 긴 편입니다. 몇 년의 시간을 기술 연구에 쏟고, 실제 체계 개발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애써 만들어 놓은 무기 체계가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식이 되어버린다면, 그보다 낭비가 없겠죠.


앞서 유지 보수성, 수리 용이성, 확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술 진화에 따른 업그레이드 용이성입니다. 즉, 한번 개발한 무기 체계가 기술 변화 속도에 뒤처져서 도태되는 것을 막는 것에 모듈화를 적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추가로 개발할 무기 체계와 연계하여 운용함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개별 무기 체계가 서로 결합할 수 있는 모듈로 결합하여 한층 더 큰 규모의 시스템이 되는 데도 모듈러 디자인을 활용하는 이유가 되겠죠.


두 번째,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도 무기 체계가 복잡해지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의 무기 체계를 하나의 회사에서 만들 수 없고, 첨단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서 국내 공급망뿐만 아니라, 해외 공급망까지 구축 및 활용을 해야 합니다.


특정 부품, 특정 모듈은 소수의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면?

하필 해당 부품이나 모듈을 구입해야 하는 기업의 국가가 적정 국가에 속한다면?

무기 체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이나 모듈이 업체 도산 등의 이유로 단종이 되었다면?


즉, 무기 체계의 복잡성이 공급망의 복잡성을 가져오고, 공급망의 복잡성은 결국 공급망 리스크를 키우게 되고, 공급망 리스크는 종국에는 무기 체계의 취약성을 가져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첨단 무기 체계에는 수십 개의 반도체를 써야만 하는 데, 하필 그것을 공급받는 업체의 국가가 현재 대치 중인 국가이고 그것을 알고 통제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모듈러 디자인은 특정 부품이나 모듈에 대한 체계의 의존도를 낮추고, 모듈 간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여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제거하여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입니다.


무기 체계는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즉, 적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규모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타 제조업과 달리 재사용, 공용화로 인한 효과를 표현하기가 적합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마다 동일하게 보이는 무기 체계가 조금씩 다르고, 재사용이나 공용화를 하면 오히려 매출이나 이익의 삭감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기에 효과가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죠.


그럼에도 수출을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고, 기존 사업과는 다른 측면에서 재사용이나 공용화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효과들은 최근 부각되는 것들이고 본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규로 개발하는 무기 체계가 다양하고 유연한 작전 운용 성능을 커버함으로써 종국에는 비용 절감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방산 프로젝트마다 수요처에서 원하는 작전 운용 성능이 존재하죠. 그리고, 그것에 맞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입니다. 그런데, 체계가 아니라 체계 군을 구성한다면 체계 군 내에서는 공용화할 수 있는 플랫폼 또는 고정부 모듈이 존재하고 요구하는 성능마다 변동하는 모듈은 별도로 구성한다면 개별적으로 체계를 만들 때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겁니다.



최근에 소개한 무기 체계 사례도 플랫폼을 중심으로 체계 군을 개발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개념과 원칙은 동일하지만 산업마다 모듈러 디자인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적이 다릅니다.


모듈러 디자인은 의도를 달성하는 전략이자 툴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양한 참조 아키텍처 사례를 공부해 보고, 그것이 왜 모듈러 디자인을 기본 원칙으로 포함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 자사의 고민을 해결하는 전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mage by WikiImage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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