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회 Jun 12. 2024

"기후변화 세계사"를 읽고

기후와 인간의 공동 주연, 빅히스토리

역사는 인간의 기록이죠.


물론 이렇게 쉽게 말해도, 대상이 되는 시대, 민족, 지역, 국가, 범위에 따라서 

기록의 형태, 내용이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동일하다고 해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고,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기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록이라는 의미도 범위가 다양합니다. 민족, 왕조, 국가, 정치, 경제, 문화, 풍속, 생활, 전쟁 등 

특정 주제가 역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기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인간”이 주체이자 주인공이란 겁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거의 모든 역사의 기록은 인간 중심으로 쓰입니다.  


그것을 쓴 주체도 사람이니까요.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집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그런데, 빅 히스토리는 인간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역사이지만, 빅 히스토리의 대상은 지구입니다.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의 역사는 정말 초라할 정도의 짧은 기간이기에 당연히 주인공 자리를 고집할 순 없습니다. 

(물론, 시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비중을 따지면 역시나 인간이 주인공에 가깝겠죠.)


한 가지 예로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멸종했다고 가끔 조롱의 대상이 되는 

공룡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보다 휠씬 길다는 것만 봐도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대규모 이주 또한 자연의 변화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게 봤을 때, 이 책은 빅 히스토리의 한 종류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다른 책과 달리 인간이 아닌 누군가가 후반부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동 주연으로 이름을 내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주인공은 누굴까요?


그건, 이 책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후”입니다.


기후는 인간에게 있어선 전제 조건, 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제약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인간을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무시하기 쉬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기록에 직접 남기지 않았을 뿐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재이고, 

인간이 이겨내고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은 순응한 순간이 

더욱 많았던 대상이 “기후”입니다.


이 책은 빅 히스토리 책이자, 인간과 기후를 중심으로 쓰인 세계사 책입니다.


기후변화가 뭐 별개 있어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류에게 중요한 사건들 중에는 기후의 변화로 인해서 촉발한 사건이 많으며, 

그것을 곱씹어 보면 인간의 기록에는 기후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강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중국 역사서인 춘추, 전국, 자치통감 등을 보면 실제로 일어난 가뭄이나 홍수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그 외의 역사서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서 촉발된 사건들도 언급되어 있죠.


의외로 인간은 자연 앞에 하나의 객체일 뿐입니다. 


역사서가 인간이 주인공인 인간의 기록이 중심이었음에도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기록을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사건이었기 때문이겠죠.


이 책의 저자 피터 프랭코판은 실크로드 세계사의 저자로 그 책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제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세계사 책을 원한다면 일독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시리즈 신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