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께이의 『마술피리』를 읽고

낯익지만 낯선, 고전 동화 추리극

by 심야서점

“찬호께이”라는 낯선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어느 팟캐스트에서였습니다. 그때 추천받은 책은 『13.67』. 두꺼운 종이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망내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스텝』, 『디오게네스 변주곡』까지, 어느새 그는 제게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에 읽은 『마술피리』는 그의 신작은 아닙니다. 오히려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으로, 형식 면에서도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이전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이질감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책 중반부까지 “이거, 어디서 읽은 이야기 같아”라는 기시감에 시달렸으니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익숙한 동화들을 변주한 미스터리라는 점에 있습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는 법학 박사인 ‘호프만’이 각지를 돌며 사건을 수집하고 해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에서 출발합니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잭’이 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사건. 동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개가 흥미롭습니다.

〈푸른 수염의 밀실〉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을 토대로, 고전적인 밀실 트릭과 심리 서스펜스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유괴 사건〉 실제 역사 속 미스터리와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야기. 세 편 중 가장 분량이 길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본문보다도 작가가 직접 쓴 후기가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배경 설명과 창작 동기, 이야기의 맥락이 후기에서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마술피리』는 기존 찬호께이 작품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동화를 추리로 재해석한 신선한 시도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오마주가 아닌, 이야기를 ‘현재화’하고 ‘해체’하는 방식은 작가로서의 실험 정신이 느껴져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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