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산업에서의 모듈러 디자인
모듈, 모듈러 디자인의 개념은 건축에서 왔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체 비율을 활용한 규칙에서 모듈이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주거와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구 또한 모듈러 디자인을 활용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모듈러 디자인을 기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케아 사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실 사례는 아마도 신문 지면에서 많이 다뤘을 거라 생각해서 사례 뒷 면에 있는 의미를 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케아가 모듈러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케아는 스스로 모듈화 된 제품을 저가격대에 판매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모듈러 디자인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의 고객 가치 제안과 운영 프로세스로 나눠고 정리하겠습니다.
I. 고객 가치 제안
1)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공합니다.
이케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모듈 기반의 제품을 고객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인 툴을 제공합니다. 설계 툴처럼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모듈을 선택하여 직접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성하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모듈 조합 제품 판매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거죠.
위 그림은 제가 디자인 툴을 가지고 책을 한번 구성한 예시입니다. 일반 가구뿐만 아니라, 오피스 가구, 주방 가구까지 고객이 직접 선택해서 결과물을 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방 가구는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디자인 툴보다 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 해야 하는 제품 기획의 역할을 고객에게 위임하는 형태가 됩니다. 개인 별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고객 자신입니다. 기업은 고객마다 타기팅해서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는 그 역할을 고객에게 셀프서비스를 맡긴 형태이죠.
이렇게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품 자체가 고객에게 판매하는 단위인 판매 모듈로 모듈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전에 정의된 판매 모듈을 고객이 선택, 조합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인 모듈 조합 제품 판매를 기본적으로 활용합니다.
2)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문장을 보고 대부분은 쇼룸을 생각할 겁니다. 물론 고객이 맞춤형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기업이 추천하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고객이 결과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쇼룸을 제공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것 외에도 고객은 자기가 직접 골라서, 직접 운송하고, 직접 조립하는 제품 제작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해당 제품에 대한 다른 감정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사물에 알게 모르게 애착을 갖게 됩니다. 이케아는 자신들이 해야 할 제작 프로세스 상 역할을 고객에게 위임함으로써 제품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립 용이성, 운송 용이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문 기술이 없는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도 있고, 고객 차량에 무리 없이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패킹할 수 있도록 제품 자체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특히 모듈과 모듈, 부품과 부품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단순화합니다.
3) 품질을 향상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습니다. 싸게 사면 아무래도 하자가 있는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겠죠. 물론 최고급 세그먼트의 가구보다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은 제품을 제공하여 고객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혹시나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버리는 게 아니라, 쉽게 고치거나 다른 형태로 확장할 수 있게 제품을 설계해서 기본 이상의 품질을 갔게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제품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품을 표준화하고 이를 여러 제품에 공용화해서 기본 품질을 잡는 데 용이한 측면도 있습니다.
4) 단가를 인하합니다.
고객에게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을 맡김으로써 기업 입장에서는 운영비용을 절감하지만, 그 열매를 고객에게 일부 환원하여 이케아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기업이 해야 할 기획의 역할, 운송의 역할, 조립의 역할을 고객이 직접 하여 그만큼의 가격의 이점을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II. 운영 프로세스
1) 제품/부품 재고를 절감합니다.
모듈 단위의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고, 부품을 단순화/표준화/공용화해서 제품과 부품의 재고를 줄입니다. 그렇게 재고 회전율을 높이게 되면, 재고 폐기 비용, 보관 비용, 관리 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종류가 늘면 부품의 종류도 늘어나게 됩니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부품의 종류가 늘고 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죠. 이를 막기 위해서 제품의 종류를 증가하더라도 최소의 부품과 최소의 모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표준화/공용화, 모듈화를 수행하면 그만큼 재고를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부가적으로 고객이 직접 선택하여 조합하다 보니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객이 직접 자신의 제품을 기획하는 효과가 되고, 막연한 예측보다 모듈별로 어느 정도 판매량을 보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근거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제품 또는 부품 재고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2) 생산비와 운송비를 절감합니다.
기본적으로 제품과 부품의 종류가 줄면 그만큼 생산 설비, 생산 라인의 종류가 줄기 때문에 생산비가 줄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품의 최종 조립은 고객에게 맡기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운송비의 경우도 물론 제품의 플랫 패키징으로 인해서 하나의 트럭에 좀 더 많은 제품이나 부품을 운송할 수 있어서 운송비가 주는 측면도 있겠지만, 고객 판매 후 운송하는 역할을 고객에게 맡기기 때문에 라스트 마일의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죠. 완제품 이전에 모듈 단위로 조립을 하게 되면 총 조립 라인을 단순화, 표준화가 가능한 측면도 있습니다.
3) 공급망 운영비를 절감합니다.
앞선 생산비, 운송비 절감 효과와 연결이 됩니다. 제품, 부품의 종류가 줄면 그만큼 공급망 구조가 단순해지고, 그와 관련된 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앞선 공정의 효과처럼 모듈 단위로 제품을 만들면 공급망이 단순화되고 표준화가 용이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비즈니스 모델의 고객 가치 제안, 운영 프로세스 상의 이케아의 모습은 모듈러 디자인 활용하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첫 번째, 제품 구조를 모듈화 합니다.
판매 모듈 단위로 모듈화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고객 맞춤형 제품 제공이 가능해집니다. 제품 자체에서 개발 모듈 단위로 모듈화를 하여 여러 제품에 공용화할 수 있는 용이한 구조를 갖습니다.
두 번째, 제품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합니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이 용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제품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모듈끼리 복잡하게 연결이 되어있으면 조합하기 쉽지 않겠죠. 게다가 제품 구조가 단순하면 제품마다 부품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에 고객이 직접 조립하려면 제품 구조와 인터페이스 단순화는 필수 요소입니다. 이케아에서 주는 매뉴얼 보고 제품을 조립하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부품과 부품, 모듈과 모듈의 인터페이스, 연결 관계가 복잡하면 조립은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부품을 표준화하고 공용화합니다.
여러 제품에 공통으로 쓰기 위해서는 부품을 표준화해야 하고, 고객이 선택하는 부품들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표준화를 해야 합니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양한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의 부품, 최소의 모듈로 최대의 사양을 대응한다는 기치로 부품 종류를 줄이는 활동도 모듈러 디자인의 일환입니다.
지금까지 이케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모듈러 디자인 활용방안이었습니다.
흔히 모듈로 나누는 것, 즉 모듈화가 있어야만 모듈러 디자인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기 쉽습니다. 모듈로 나누는 것은 “모듈은 규칙이다”라는 개념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설계 정보를 규칙으로 표준화하고, 이를 통해서 제품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 또한 모듈러 디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