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서비스를 붙잡아 제품으로 만드는 모듈화의 힘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 식당을 떠올려 볼까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안내해 줍니다. 메뉴판을 받고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고 문을 나섭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이 모든 과정이, 사실은 잘게 쪼개지고 치밀하게 설계된 ‘서비스 모듈(Module)’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모듈화’라고 하면 흔히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영역에서도 모듈화는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일회성이고 사람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쉬운 서비스를 언제나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서비스의 제품화(Productization)’를 위해서는 모듈화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공한 맛집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물론 뛰어난 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맛을 언제, 누가, 어떤 상황에서 방문해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손님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주방장이 바뀌어도 음식 맛의 편차가 없어야 하죠.
이것이 바로 서비스의 균일화, 규격화, 표준화입니다.
서비스를 제품화한다는 것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정해진 기능을 발현하고,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언제나 일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낸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프랜차이즈입니다. 하나의 성공한 식당이 가진 추상적인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표준화하여, 누구나 그 맛과 경험을 재현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든 것이죠. 이 과정의 중심에 바로 ‘모듈화’ 개념이 숨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영역에서 모듈화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미용실에 가면 디자이너는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고객의 얼굴형, 머릿결,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맞춤’ 제공하는 것이죠. 신용카드 회사 역시 할인, 적립, 연회비 등 다양한 혜택을 조합해 수많은 종류의 카드를 내놓습니다.
이처럼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개인화’는 동시에 많은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이때 서비스의 각 기능(할인, 적립, 무이자 할부 등)을 모듈로 만들어 두면, 레고 블록처럼 쉽게 조합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많은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서비스는 수많은 활동의 연결입니다. 그중에는 매번 반복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 반드시 존재하죠. 이 부분을 모듈로 잘라내어 ‘제품’으로 만들면 서비스 전체의 품질과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식당의 키오스크(Kiosk)입니다. ‘메뉴 선택, 주문, 결제’라는 반복적인 서비스 모듈을 하나의 제품으로 만든 것이죠. 덕분에 직원은 더 중요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고, 고객은 기다림 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사의 일회성 강의를 녹화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들을 수 있게 만든 온라인 강의 플랫폼 역시, ‘강의’라는 서비스를 제품화한 훌륭한 모듈화 사례입니다.
모든 고객에게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비용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이럴 때 기본 서비스와 추가 서비스를 모듈로 나누어 제공하면 고객 만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사 요금제가 좋은 예입니다. 기본적인 통화와 데이터 제공 외에, 컬러링(통화연결음)이나 추가 데이터, 미디어 콘텐츠팩 같은 부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죠. 이 부가 서비스들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모듈입니다. 고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듈만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은 더 높은 가치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서비스 모듈이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서비스가 하나의 모듈이 되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내는 것이죠. 이종(異種) 산업 간의 제휴를 통해 탄생하는 수많은 결합 상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결론적으로, 제품의 세계에서 활용되던 모듈화는 이제 서비스 영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아니 어쩌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기에 더욱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한 서비스의 세계. 그 중심에 바로 ‘모듈화’가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에서는 실제 서비스를 어떻게 분석하고 모듈화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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