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를 몰라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평소 같았으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분명했습니다.
하나는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으로 올라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이 책의 작가가 스물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상은 작품이 부족하면 ‘수상작 없음’으로 발표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가진 상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 다음 해에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졌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말은,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인문학적 깊이에 놀라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인상을 가지고 책을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읽어온 소설은 주로 추리, 미스터리, SF 장르였고,
이 책처럼 순수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인문학적 깊이’라는 표현은 기대보다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접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문장은 어렵지 않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괴테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화자의 고민과 사유를 완전히 공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이해는 된다”는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감상은 “깊이 공감했다”보다는
“무리 없이 따라갔다”에 가까웠습니다.
읽는 내내 강한 감동이나 몰입감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대신 남은 감정은 조금 다른 종류였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하자면,
“이 작가는 참 많이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괴테 연구자이자 대학 교수인 도이치가
가족과 함께 홍차를 마시던 중 발견한 한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문장이 정말 괴테의 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출처를 추적하고, 동시에 그 문장에 점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역시
독일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을 인용할 때
“괴테가 말하기를”로 시작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로 끝맺는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 중간에는 정말로 괴테가 모든 것을 말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부분에서 이 책을 읽으며 유일하게 웃음을 느꼈습니다.
문학상 수상작, 이달의 책, 젊은 천재 작가.
이런 수식어들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이 책에 대한 제 평가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읽을 만하다.”
지나치게 현학적이어서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여러 번 되돌아가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루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한 기대도, 불필요한 두려움도 내려놓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 상태에서 읽으면,
이 책은 충분히 부담 없이,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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