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다정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행복한 사람, 따뜻한 사람, 사회성 없는 사람, 상처 주는 사람, 배려심 있는 사람 등. 사람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다양하다.
그중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최근 회사에서 팀장님이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태임씨 잠깐 시간 돼요? 다름이 아니라... 태임씨. 다른 사람들이 태임씨와 소통이 어렵대요.
네..?
태임씨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할 군번은 아니지만, 다른 직원들이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고민을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서요.
팀장님이 말씀하신 이야기를 듣더니 옆자리 과장님이 말했다.
태임씨, 그러고 보면 나도 처음에 태임씨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 내가 회사 2년 만에 복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잖아. 태임씨가 처음에 옆에서 말투는 엄청 친절하게 하면서 도와는 주는데 썩 내켜보이지가 않더라고. 별로 안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옆자리로 왔으니까 억지로 도와주는 느낌이 들었거든. 난 처음에 태임씨 아주 깍쟁이인 줄 알았잖아.
이상하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불편했어. 지금은 태임씨 성격을 잘 알고, 친해져서 우리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지만, 아마 다른 분들도 태임씨 성격을 잘 몰라서 오해를 하고 있거나 태임씨가 낯을 가려서 어렵게 대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어.
이 이야기를 듣고 며칠을 고민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하고 있나.
이런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심지어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 보면 나도 같이 욕하면서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누군가 나 때문에 그날 하루의 기분을 망친 건 아닐까. 좋은 기운을 주지는 못할 망정 한 사람의 하루를 망치다니.
곰곰이 나에 대해 생각을 하니, 나는 확실히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 맞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보다는 나의 솔직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나는 솔직함으로 포장한 무례한 행동들을 했었다. 전화를 받을 때 직원 분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나는 단순히 네라고 대답했고, 가끔은 상대방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채 그건 아니라고 말을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는 무시하는 사람. 그게 나였다.
나는 대체 왜 이럴까.
그냥 몸에 베인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언어가 나오고, 나도 모르게 상처 주는 말들을 했다.
가시 돋친 선인장처럼 계속 주변 사람들을 가시로 찌르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모난 모습들도 조금씩 유해지고, 납득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할 줄 알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상대방이 어떤 실수를 해도 담백히 넘어갈 줄 알고, 마음에 여유가 웃음으로 묻어 나오고, 따뜻하게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와 너무 정반대의 사람이라 소망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되고 싶었던 것이다.
여전히 나는 그냥 그 상태에 머물러있다.
SNS를 봐도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옆에 꼭 둬야 하는 사람, 오랫동안 친구를 해야 할 사람, 놓치면 안 될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글들을 읽다가 나를 쓱 대입해 보고는 뒤로 가기를 눌렀다.
리셋. 나를 리셋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뒤로 가기를 눌러서 내 인생을 뒤로 돌리면 어떨까. 망상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눈을 뜨면 현실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다정함을 연습해 보자고.
하나씩이라도 오늘의 다정함을 기록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베푼 호의에 대해 감사하고,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그런 연습.
그런 간단한 연습들을 통해 내가 상대방을 다정하게 대했을 때 나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어떤지 살펴보고, 다정함이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실제로 학습해 보는 연습.
이미 선인장이 되어버린 내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조금씩 해나가는 연습밖에 없었다.
세상의 다정한 것들을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몸에 베인 습관을 고쳐나가기 위해 다정함 연습장을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