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비용

IS는 격퇴될 수 있는가

by 박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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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에게도 버거운 일입니다.


미국이 9.11 테러 이후 그 총책인 빈 라덴을 사살하기까진 10년이 지나야 했습니다. 그동안 벌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정부 공식 발표로만 5천7백 여명의 미군이 사망했습니다.


전쟁 비용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1천8백조 원부터(미국 의회 조사국), 5천1백조 원(브라운대학 왓슨 국제관계 연구소)에서, 7천조 원(하버드 린다 빌메스 교수)까지 추산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적용한 미국의 2차 세계 대전 전비가 4천6백조 원 정도 됩니다.(의회 조사국) 민간 연구소가 추산한 비용을 적용하면 미국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2차 세계대전을 한번 더 치른 셈입니다.


지난 2주간 벌어진 충격적인 테러에 세계 정상이 합심해 군사를 파병한다면 ISIS를 격퇴할 수 있단 생각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분명 공습 이상의 군사적 개입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합니다.


NYT는 ISIS와의 전쟁의 핵심 쟁점 네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아사드 정권과의 협력 여부. 둘째는 이슬람의 개혁. 셋째는 군사 개입의 강도. 넷째는 아랍 정부의 역할입니다.


ISIS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는 아사드의 퇴진을 선제 조건으로,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의 통합을 주장합니다. 미군은 아사드를 대체할 정치 세력을 조직해보려 수년간 노력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향후 러시아의 제안 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슬람의 개혁은 ISIS 사상의 기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극단적 이슬람 사상인 와하비즘의 대안 마련입니다. 무슬림 청년들에게 죽음과 투쟁의 교리를 삶과 희망의 가르침으로 대체할 이슬람 사상의 전파를 서둘러야 한단 주장입니다.


군사 개입 강도에 대해선 현재 수준의 폭격기 공습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 사이의 통일된 견해입니다. 최근엔 일부 극단적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전 국장 샤브타이 샤빗은 며칠 전 이스라엘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차 세계 대전 중 드레드 덴 시 폭격 수준의 공격"이 필요하다며 ISIS와의 전쟁에선 "도덕과 법, 개인의 권리를 잠시 내려놓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1999년 러시아-체젠 전쟁 모델을 제시합니다. 이런 네오콘식의 주장이 미국 대선에서도 스멀스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론 정부의 역할입니다.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무슬림 청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한단 것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극복한 유럽연합식 모델을 아랍 국가에 적용하자는 내용입니다.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가리 찢겨 있고 정교 분리가 불분명한 아랍 국가 사이에선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나 그 비전엔 공감이 갔습니다.


전쟁, 군인, 폭격, 총을 통한 보복은 전쟁을 치르는 정치인에겐 매력적인 해결책입니다. 두려움에 떠는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거부할 수 있는 이성적 정치인은 민주주의 체재에서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그런 식의 해결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장기전이 될 것입니다. 더 많은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보복은 보복을 부릅니다.


정치인은 대중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런 위기에서 유권자는 더 오래 생각하고 멀리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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