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구경을 하다 발견한 인형 만들기 세트. 가격은 단돈 2,000원이었다. 손재주가 없는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 가격이 결국 나를 움직였다. 작은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설명서를 펼쳐보니 과정은 단순해 보였다. 유치원생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사진 속 모습과는 달라졌다. 스티커를 붙여야 할 자리가 어긋나고, 조립이 매끄럽지 않아 삐뚤빼뚤해졌다. 설명서 속 ‘견본 인형’과는 닮은 듯 다른, 어딘가 허술한 내 작품이 눈앞에 서 있었다.
완성품을 보자 잠시 고개가 갸우뚱했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하게도 정이 붙었다. 비록 설명서처럼 반듯하진 않아도, 그 엉성함 속에 나만의 인형이 들어앉은 것 같았다.
2,000원으로 얻은 건 작은 인형 하나였지만, 그 이상이기도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고, 허술한 모양새 덕에 애정이 더 간다. 책상 위에 두니 볼 때마다 ‘나만의 인형’을 만든 성취감이 떠오른다.
결국 2,000원이 준 건 물건이 아니라, 잠시 즐거워지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날의 인형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나만의 ‘행복 기념품’이 되었다.